수소폭탄 실험이라고 주장하는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위협 수준이 엄청 높아졌다. 수소폭탄은 원자폭탄에 비해 1000배의 위력이다. 이번 것도 200㏏ 가까워 1발로 주요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 능력까지 완성하면 북핵(北核) 위협은 더욱 치명적인 수준으로 악화할 것이다. 그러나 외국 언론에서 보도한 바도 있듯이 우리는 태연하다. 왜일까.
처음에는 민족 특유의 낙천적 성격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상당수의 국민, 특히 지식인들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목적이 체제 유지와 내부 결속, 미국과의 협상이라고 주장한다는 걸 알게 됐다. 우리를 공격하려는 목적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는 것이다. 국가안보를 연구해온 학자로서 반박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 체제가 지금 불안한가. 핵무기를 보유하면 어떻게 체제 안정이 보장되는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으면 내부결속이 어떻게 어려워지는가. 북한이 미국을 위협해 얻어내려는 것이 경제 지원인가. 북한이 체제 안정을 요구할 뿐인데 왜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대응하는가. 겨우 이 정도의 목적을 위해 북한이 존망을 걸고 세계와 맞서면서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것인가.
‘오캄의 면도날(Occam’s Razor)’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할 경우 쉬운 설명이 타당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북한은 6·25 때 못다 한 전(全)한반도 공산화를 추구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 오캄의 면도날에 부합하는 간단한 설명 아닌가. 북한은 동유럽 공산권이 붕괴된 이후가 아니라 6·25 전쟁 직후부터 핵무기 개발을 추진했고, 1980년대에 영변발전소를 완공했다. 최근 김정은은 인민군에게 서울을 바로 점령한 후 남한을 평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상군으로 서울 등을 기습 점령한 후 한국이 반격할 경우 핵무기로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이를 반복해 한국 전역을 석권할 수 있다. 여기에 주한미군이 결정적인 장애이기 때문에 북한은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 능력을 갖추려는 것이다. 결국, 미국에 대해 몇 개 도시에 대한 핵 공격을 감수하든지, 한·미 동맹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든지 택일하라고 협박할 것이다.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것도 이를 담판하기 위한 것이다. 6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 동맹 폐기를 요구하는 사실을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상당수의 지식인은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있는 것 같다. 통일에 기여하기 위해 북한을 연구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북한에 동조하게 됐을 것이다. 이 신드롬 외에 미국의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논리는 없다. 그들은 지금까지 줄곧 북한에 대한 이해·대화·외교적 해결만 주장하고 있다. ‘군사력 없는 외교는 악기 없는 음악회와 같다’는 프레데릭 대제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것만으로 어떻게 북핵을 포기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 영세중립국인 스위스가 개병제와 함께 전 국민을 위한 핵 대피소를 구축해두고 있는 것은,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것이 안보(安保)이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사드(THAAD) 배치를 반대하면서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인용한 “항장이 칼춤을 춘 뜻은 유방을 죽이려는 데 있고, 사마소가 황제가 되려는 야심은 누구나 다 안다”라는 말이야말로 북한에 적용돼야 한다. 북한이 어떤 명분을 내걸든 그들 핵무기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대한민국 공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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