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를 꽉 채운 노을,

진하고 진하다.

몸 놀리고 싶어 하는 섬들과 일렁이려는 바다를

지그시 누르고 있다.

진하다.

배 한 척 검은색으로 지나가고

물새 몇 펄럭이며 흰색으로 빠져 나온다.

노을의 절창,

생애의 마지막 화면 가득 노을을 칠하던 마크 로스코가

이제 더 할 게 없어! 붓 던지고

손목 동맥에 면도칼 올려놓는 순간이다.

잠깐, 아직 손목 긋지 마시게.

그 화면 속엔 내 노을도 들어있네.

이제 더 할 말 없어! 붓 꺾으려던 마음

몇 번이고 고쳐먹게 한 진한 노을이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약력 : 1938년 평남 출생. 시집 ‘미시령 큰바람’ ‘삼남에 내리는 눈’ 등 출간. 대산문학상, 이산문학상, 미당문학상 등 수상.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