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준 위장회사 포착
회계조작·횡령·배임혐의 적용
하성용 前 대표 모든 혐의 부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0일 새벽 하성용(66·사진) 전 대표를 긴급체포했다. KAI의 경영 비리 전반에 하 전 대표가 깊숙이 관여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늦어도 21일엔 회계조작, 원가 부풀리기 등에 따른 횡령·배임·사기 및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하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하 전 대표를 배임수재, 회계분식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며 “체포시한(48시간) 내에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하 전 대표가 협력업체 T사를 자신의 측근을 허수아비 대표로 세우는 방식으로 사실상 소유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KAI 대표로 재직하는 동안 T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차명 지분을 받는 등으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배임수재)도 받고 있다. 하 전 대표가 취임한 2013년 설립된 T사는 수리온(국산형 기동헬기) 등의 부품 납품을 전담하며 급성장했다. 검찰은 협력업체 및 KAI 내부 관계자들을 통해 “하 전 대표가 T사의 실소유주”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하 전 대표가 차세대전투기(KF-X) 사업 등에 회계조작을 지시한 정황을 구체적으로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KF-X 사업, 이라크 공군 공항 건설사업 등 해외사업에서 회계기준에 맞지 않게 이익을 재무제표에 선(先)반영하는 방식으로 수천억 원대의 회계조작이 진행됐고, 하 전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보고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회계조작과 채용 비리, 2013~2014년 사이 용도가 불확실하게 사용된 17억 원 상품권 로비 의혹 등을 포함해 하 전 대표에게 횡령·배임 혐의 등을 적용할 전망이다. 하 전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보고받지 못한 사안”이라거나 “경영상 필요에 의한 판단”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KAI 경영비리에 최종적 책임이 있는 사람은 하 전 대표”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열리는 이모(62) 경영지원본부장의 구속영장심사 결과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던 이 본부장은 채용 비리에 따른 업무방해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고 있고, KAI의 인사와 각종 살림살이를 도맡은 하 전 대표의 측근이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