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는 우리에게 이제 더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로 성큼 다가섰다. 최근 몇 년간 합계출산율이 1.2 미만인 초저출산 기조에서 벗어날 기미를 안 보이더니, 급기야 올해 신생아 수는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던 40만 명대를 밑도는 36만 명 수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매월 출생아 수 감소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인구절벽의 위기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인구 감소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국가가 대한민국이라는 예측은 암울함을 더한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정책적 노력이 있었다. 정부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100여 정책에 약 80조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증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보육 서비스의 확대였다. 저출산 대책으로 투자한 약 80조 원의 예산 가운데 보육 서비스 비중은 75%에 이른다. 무상보육을 통한 보육 서비스의 확대가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보육 서비스의 양적 확대가 출산율 제고에는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보육 서비스를 통해 양육 부담을 줄이고, 아이 돌봄 문제를 해결해 출산이 여성의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단순히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곳이 필요한 게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는, 그리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보육 서비스가 필요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는 보육 서비스의 질적 업그레이드다. 그 노력의 하나로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4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환영할 일이지만, 저출산 문제는 정부의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시민사회와 기업이 저출산 위기 대응에 적극 동참하는 범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때다. 기업이 일과 가정의 실질적인 양립이 가능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국공립 보육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지만, 기업 차원에서 직장어린이집을 대폭 늘려야 하는 이유다.
현재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에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어 직장어린이집의 혜택은 대부분 대기업에 국한돼 있었다. 저소득층이나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직장어린이집은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중소기업의 직장어린이집 설치에 대한 지원을 늘려 현재 30곳인 중기(中企) 공동직장어린이집을 오는 2020년까지 100곳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아이를 돌봐줄 곳이 필요한 일하는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일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다. 직장어린이집은 일하는 동안 아이를 근거리에 믿고 맡길 수 있으므로 부모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아이도 필요한 때에는 쉽게 부모와 연결될 수 있으므로 부모와의 애착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된다. 기업은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아동 양육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우수한 여성 인력을 확보하는 효과도 있다.
저출산 문제의 해결과 기업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는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는 직장어린이집 확대에 대한 범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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