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의 남성의무육아휴직 신청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남성 육아교육인 ‘롯데 대디스쿨’ 교육을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롯데그룹은 여성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확대, 남성의무 육아휴직 도입,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 계열사의 남성의무육아휴직 신청 직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롯데리테일아카데미에서 남성 육아교육인 ‘롯데 대디스쿨’ 교육을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롯데그룹은 여성 육아휴직 기간 최대 2년 확대, 남성의무 육아휴직 도입, 유연근무제 등 다양한 일·가정 양립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 ③ 롯데그룹

대기업 첫 ‘男육아휴직’ 의무화
육아 노하우 전수 ‘대디스쿨’
가족 친화적 근무환경 조성

연차 신청땐 ‘사유 항목’ 없애
자유롭게 쓸수있게 분위기 독려

매주 수요일 ‘가족 사랑의 날’
일·가정 균형 이루는 문화 정착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 본점의 골프 레저 플로어장을 맡고 있는 권순욱(39) 책임은 지난 1일부터 한 달이 넘는 장기간의 휴가에 들어갔다. 롯데그룹이 배우자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워킹맘의 경력단절 예방을 위해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난 1월부터 전격적으로 전 계열사에 도입한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활용한 것이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 거주하는 권 책임은 요즘 지난 7월에 태어난 둘째를 돌보는 한편으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배기 첫째의 등하교를 도맡아 한다.

권 책임은 “과거에는 아이를 낳은 선배들의 경우 하루, 이틀 쉬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며 “육아휴직을 하니 아내가 무엇보다 기뻐하고 가족 간의 정도 다시 느낄 수 있는 데다 재충전도 할 수 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국내 재계 5위인 롯데그룹이 위상에 걸맞게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각종 시스템을 선도적으로 도입, 시행해 주목받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20일 “창의적인 기업문화 형성, 근무 효율화, 가족 친화적인 근무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남성육아 휴직제는 물론, 앞서 2015년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여성의 육아 부담과 경력단절을 방지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배우자 출산 시 의무적으로 1개월 이상 휴직이 가능한 남성육아휴직제도는 ‘발상’부터 근본적으로 달리한 데서 빛을 봤다. 남성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공감의 부족과 함께 휴직에 따른 가계부담이 저조한 사용률의 원인이라고 판단, 휴직 첫 달에 통상임금의 100%, 통상임금과 정부 지원금과의 차액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보전해 준다.

앞서 1월부터 여성육아휴직자들에게도 적용해 휴직으로 인한 급여감소 걱정 없이 최소 한 달은 마음 놓고 휴직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고용센터에서 지급하는 월 100만 원 상한의 육아휴직급여로는 출산에 따라 늘어나는 가계 부담을 덜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급여 보전만 해주는 게 아니다. 지난 4월부터는 육아휴직제도를 쓴 남성 직원들을 대상으로 아빠 육아의 중요성과 육아 노하우, 자녀의 나이별 특성에 맞춘 교육 내용을 담은 ‘롯데 대디스쿨’이란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예상보다 훨씬 호응이 좋아 격월 운영에서 매월 운영으로 확대했다.

롯데 관계자는 “올해 7월까지 육아휴직을 쓴 이는 420명으로 지난 한 해 신청자 수인 180명보다 한 달 평균으로 따지면 4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룹 전체 육아휴직자 중 13%가량을 차지했던 남성 육아휴직자의 비중이 올해는 30%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5년 내에는 50% 선의 정착이 목표다. 임직원이 일하는 시간은 줄이거나 늘리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유연근무제 역시 10여 개 계열사에서 전 계열사로 확대했는데,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오전 8∼10시 사이에 출근 시간을 임의로 고른 후 이에 맞춰 오후 5∼7시 사이에 퇴근하는 자율적인 출퇴근 문화가 정착됐다.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개인 여가를 확보할 수 있고 업무집중도는 높아진다’는 게 제도를 수시로 활용하고 있는 직원들의 평가다.

유연근무제를 더 뛰어넘는 제도도 속속 나오고 있다. 롯데렌탈이 운용 중인 주 40시간의 ‘자율퇴근제’가 꼽힌다. 하루 최소 4시간에서 최대 12시간의 근무 범위에서 주 5일 기준, 40시간 근무 조건으로 출퇴근 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롯데렌탈은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간 전체 직원의 약 30%인 자율출퇴근제 참여 희망자 291명을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했고 이후 한 달간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회사 전체로 확대 적용했다.

실제 제도 시행 후에 ‘삶의 질 향상’ ‘업무 효율 증대’ ‘일과 가정의 양립’ 부문에서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어린 자녀를 둔 기혼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어 역시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현장근무자들은 탄력적인 근무가 가능해져 업무 효율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연차신청 때는 ‘사유’ 항목을 아예 없애 이유를 묻지 않고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분위기도 독려하고 있다. 롯데홈쇼핑도 정기휴가와는 별도로 ‘리프레시휴가 운영과 함께 휴일 또는 주말이 앞뒤로 겹친 날을 ‘연차내기 좋은 날’로 지정해 운영 중이다. 연차 사용률이 높은 팀에 회식비를 제공하는 등 자율적으로 연차를 소진해 가정을 돌보도록 배려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매주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지정해 일과 가정 간 균형을 이루는 기업문화가 뿌리 내리도록 전 계열사가 특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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