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호소부치전구주식회사 직원이 플라네타리움에 사용되는 전용 전구를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있다. ‘메이커스-어른의 과학’ 한국판 첫 호, 플라네타리움과 관련된 기사에 실린 사진이다.  동아시아출판사 제공
일본 호소부치전구주식회사 직원이 플라네타리움에 사용되는 전용 전구를 직접 손으로 만들고 있다. ‘메이커스-어른의 과학’ 한국판 첫 호, 플라네타리움과 관련된 기사에 실린 사진이다. 동아시아출판사 제공
‘손의 시대’ ‘만드는 인간·메이커의 시대’, 사람들이 직접 자신의 몸, 특히 자신의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과 관련된 책과 잡지가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몇 년 전 컬러링북의 폭발적인 인기로 수면 위로 드러난 ‘손의 위력’은 손글씨, 색종이 접기, 필사책 등으로 이어지고 한편으로는 뜨개질, 목공, 집짓기, 요리붐 등으로 연결되며 광범위한 ‘손의 시대’ 책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메라, 드론, 로봇청소기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키트화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끈 무크지 ‘어른의 과학(大人の科學)’의 한국판 ‘메이커스-어른의 과학’(동아시아)이 출간되고 ‘손의 시대’의 의미를 밝히는 다양한 인문서들이 나오고 있다.

‘어른의 과학’은 일본 가켄교육출판이 2003년부터 내놓고 있는 잡지와 키트 세트로, 이번 주에 나온 ‘메이커스’ 한국판 첫 호의 주제는 가정용 천체투영기, 플라네타리움이다. 평범한 어른이 2시간가량을 쓰면 직접 플라네타리움을 만들 수 있는 키트와 70페이지 분량의 과학잡지 세트로 이뤄져 있다. 과학잡지는 플라네타리움 조립법, 사용법, 플라네타리움으로 집에서 우주를 즐기는 법 등을 설명한 일본판 글을 번역해 싣고,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인터뷰, 천문학자 겸 과학 필자 이명현 등의 우주에 대한 글 등을 게재했다. 직접 만들어 보고, 관련 글을 읽으면서 과학적 지식을 쉽게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잡지의 기본 구상이다. 앞으로 카메라, 드론, 작품 자체가 움직이는 키네틱 아트의 대표 주자 테오 얀센이 직접 만든 작품 키트 등을 차례로 내놓은 뒤 국내 ‘메이커’들이 만든 작품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플라네타리움 키트는 일본에서 100만 개 이상 팔렸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자신이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고 그것을 인터넷을 통해 공유하는 ‘메이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DIY(Do it Yourself)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메이커 시장이 열릴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손을 사용하는 것의 의미를 인문학적으로 풀어내는 책들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국내 출간된 이런 계열의 현대적 출발점으로는 전 세계 DIY 운동을 주도하는 잡지 ‘메이크’ 편집장 마크 프라우언펠더의 각종 DIY 도전기를 담은 에세이 ‘내 손 사용법’(반비)을 꼽을 수 있다. 다만 2011년 국내 흐름보다 너무 일찍 출간된 탓에 절판의 운명을 맞았다.

하지만 도예, 목공, 실크스크린, 3D 프린팅까지 모든 분야의 제작 활동을 아우르는 작은 공방 릴리쿰에서 직접 만들고 고치고 공유하며 알게 된 만드는 기쁨을 담은 선윤아 등이 함께 쓴 ‘손의 모험’(코난북스), 미국의 30대 전문직 커플의 메이커 도전기인 ‘좋은 인생 실험실’(샨티) 등이 이런 흐름을 잇고 있다.

최근에 나온 매튜 크로포드의 ‘손으로, 생각하기’(사이)는 손과 몸을 쓰는 노동 행위를 분석한 책이다. 유망한 싱크탱크의 책임자로 일하다 모터사이클 정비사로 변신한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몸과 손을 쓰며 사는 것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가를 말하는 동시에 이 같은 노동이 앞으로 기계화될 미래 사회에서 매우 유망한 직업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손을 써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의 가치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실제로 서구에서 시작된 메이커 운동은 자본주의 사회, 소비주의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을 끊임없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쓰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과 맞물려 출발했으나 디지털 시대 자신의 손을 직접 움직여 세상과 접하는 감각의 복원 그리고 직업이 사라지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직접 뭔가를 만드는 창조적 행위가 비교 우위를 지닌 직업이 될 수 있다는 실용적 전망과도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손의 시대’ 책들이 말하는 결론은 이렇다. 메이커는 대세이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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