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갑 교수‘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출간

“늘그막에 깨달은 지혜가 있다면 ‘No Judge’, 곧 ‘판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선입견을 극복하라는 뜻이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자신과 세상을 섣불리 규정하려는 습성이 온갖 괴로움을 유발하는 법이다.”

‘한국 심리학계의 거장’ 장현갑(75·사진) 영남대 명예교수가 학자로서의 영예와 개인사의 고통이 교차했던 인생을 돌아보는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불광출판사·책 사진)을 출간했다. 장 교수는 서울대 심리학 박사이면서 뇌과학과 정신약리학 등 첨단과학 분야에서도 국제적 연구실적을 낸 ‘문·이과’ 통합형 학자다.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에 9년 연속 등재됐고, 영국국제인명센터(IBC), 명예의 전당(Hall of Fame), 미국인명협회(ABI) 등에 이름을 올릴 만큼 학자로 영예를 얻었다.

그는 20년 전인 1997년 안식년을 맞아 미국 애리조나대의 초청으로 연구하던 중, 현지에서 모처럼 만난 가족과 여행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와 딸이 유명을 달리하고 자신과 아들은 다리를 크게 다치는, 떠올리기조차 힘겨운 불행을 겪었다. 이번 책은 ‘나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일에 대한 치유 보고서’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장 교수는 불행의 밑바닥을 치고 올라올 수 있는 힘을 명상에서 얻었다.

장 교수는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 존 카밧진 교수가 동양의 명상을 과학적 검증과정을 거쳐 현대의료에 도입한 ‘MBSR’(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완화)의 ‘한국형’인 ‘K-MBSR’를 개발했다. 그 밖에도 다양한 연구로 2012년 ‘스트레스와 명상 분야의 학제 간 연구에 공헌’한 것을 평가받아 한국심리학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했다.

이 책은 참담한 마음과 몸의 상처를 극복해가는 마음챙김 명상의 과정과 효과를 생생하게 전할뿐더러, 여기에 학자로서 명상의 뇌과학·심리학적 기전을 연결지어 쉽게 설명한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저술이다. 명상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눈을 뗄 수 없이 단숨에 읽히고, 처음 접하는 독자라도 그 원리를 이해하는 데 수월하다.

장 교수는 어릴 적 가족사부터 전쟁의 경험, 유년기와 소년기의 외톨이 상흔과 고독의 트라우마, 불교와의 만남 등 자신의 성장기와 심리학·명상을 공부하게 되는 과정을 소상히 밝힌다. 그는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붓다의 비유를 “괴로움(번뇌)은 인류가 지난한 진화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과학적 근거로 설명한다.

그는 “실제 현실보다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추론 능력이 인간을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지만, 이는 지레짐작하거나 겁먹으면서 괴로움을 자청하게 된 ‘축복’인 동시에 ‘재앙’”이라며 이것이 붓다가 말한 번뇌의 실체라고 말한다. 그는 “번뇌란 일견 단순하다. 마음이 어느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속절없이 방황하는 상태”라며 “마음훈련의 핵심은 흔들리는 마음을 ‘지금(now)’ ‘이곳(here)’에 붙잡아두고 달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즘도 독서와 집필, 명상에 전념하고 있는 장 교수는 “우리 모두는 끝내 죽는다. 녹슬어 없어지기보다는 닳아서 없어지는 연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안겨다 줄 수 있다”며 끝까지 정진하는 삶을 강조했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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