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정치인의 가족은 ‘극한 직업’ 중의 하나라는 얘기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권력·명예를 동시에 가진 것 같지만 정치인 본인에 해당할 뿐이지 가족은 졸지에 공인(公人)취급을 받으며 희생의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10여 년 전만 해도 유력 정치인들은 자택을 개방해 기자나 측근들이 수시로 출입했는데 가족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느라 사생활은 아예 포기했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한국 현대 정치를 풍미한 3김(金)씨 가족들은 참모 역할도 하고 정치에 직접 뛰어들기도 했지만 각종 비리 사건 등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같이 정치인과 가족을 동일시하는 동양적 사상으로 가족도 공인처럼 처신해야 한다.

남경필 경기지사의 아들(26세)이 군대 내 폭행 및 성추행사건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집행유예 기간이 끝나자마자 이번에는 19일 마약 복용 혐의로 구속됐다. 남 지사는 부친인 고(故) 남평우 전 의원에 이어 정치를 시작해 5선 의원에 도지사까지 지냈고, 이번에 구속된 아들은 어릴 때부터 유학길에 올라 오랜 시간 혼자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바른정당 소속의 김무성 의원도 ‘마약 사위’ 파문 때문에 곤욕을 당했다. 그는 “자식 못 이긴다. 사랑한다며 울며 결혼 꼭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었다. 딸의 판단력을 믿기로 하고 결혼을 시키기로 했다”고 설명했지만 만만찮은 정치적 후과를 치렀다. 2014년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고승덕 전 의원은 “자식에게 관심이 없었다. 교육을 전혀 지원하지 않았다”는 전처 딸의 폭로 때문에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원 중에는 자녀를 조기에 유학 보낸 의원이 많은데 공부를 잘해서 보낸 경우도 있지만 주변의 시선 때문에 제대로 학교생활을 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보내고 그저 사고만 치지 않기를 바라며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많다. 현직 대통령 때 아들이 구속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자식 문제는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그럼에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유승민·심상정·기동민·최명길 의원 등 가족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 정치인이든 아니든 가족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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