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말 北 화성-14형 발사 후
文 “제재” 불구 정부 소극적

남북기금에 금강산 관광 포함
안보리 결의와 충돌할 가능성


북한 6차 핵실험 이후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유엔 비(非)가입국인 대만까지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섰지만 우리 정부는 두 달 가까이 독자 제재 검토만 거듭하고 있다.

21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28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의 2차 시험 발사 직후 독자 대북 제재를 주문했지만 통일부와 외교부 등 실무부처는 아직까지 대북 제재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전날 독자 제재와 관련해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행 상황을 보면서 유관부처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밝혔다.

대북 제재에 소극적 행보인 우리 정부와 달리 세계 각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한 압박 조치의 일환으로 독자 제재 카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4차례 대북 독자 제재안을 내놨고, 현재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기업 및 개인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U 집행기관인 유럽위원회는 EU 역내에서 대북 송금액 상한선을 현재 1인 1회 1만5000유로(약 2029만 원)에서 5000유로로 낮추는 내용을 담은 독자 제재안을 가맹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정부는 유엔 회원국이 아님에도 19일 LNG와 원유, 정제유 등의 대북 수출을 전면 중단하고, 북한산 의류 수입도 금지하는 대북 제재를 단행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과 충돌하는 대북 지원 정책을 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통일부는 1조 원에 달하는 내년도 남북협력기금에 금강산 관광 재개·백두산 관광 개시·수산업 협력 등에 62억 원, 남북 경제협력 기반 시설 확충에 563억 원을 책정했다. 또 북한의 기술·경제인 양성과 광업·농업·철도 등 사업에도 1819억 원을 배정했다. 이 사업들은 대북 자금 제공을 금지한 안보리 결의(2321호)를 위반할 소지가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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