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수사 새 국면

“열심히 하려했는데 안타깝다”… 김인식, 사택에 유서 남겨
檢 “소환·조사계획 없었다”… 극단 선택 이유 들여다볼 듯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경영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하성용(66) 전 대표가 각종 경영 비리에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대표는 임직원에게 부과된 소득세를 회삿돈으로 대신 내주는가 하면, 회사 장부상 기재된 환율을 조작해 얻은 수익으로 가지급금(미리 회삿돈을 지급하는 것)을 갚는 등 수십억 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이 하 전 대표를 긴급 체포한 하루 뒤 이 회사 해외사업본부장인 김인식(65·사진) 부사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검찰이 김 부사장에 대해서는 소환 계획이 없었던 상황이라 김 부사장의 돌연한 사망이 하 전 대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검찰은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이 경남 사천시 사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21일 오전 서울 중구 KAI 서울사무소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김인식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이 경남 사천시 사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21일 오전 서울 중구 KAI 서울사무소에서 직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이용일)는 21일 하 전 대표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20일 긴급 체포된 하 전 대표는 차세대전투기(KF-X) 사업 등에 회계조작을 지시한 혐의(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하 전 대표의 지시로 이뤄진 회계조작이 수천억 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하 전 대표가 수십억 원대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하 전 대표는 10억 원대 상품권을 하청업체에 준 것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실제로는 자신을 포함한 KAI 임직원들이 쓴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직원에게 부과된 소득세를 회삿돈으로 대납했고 이를 하 전 대표가 지시한 정황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대표를 비롯한 KAI 전·현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횐율에서 손해가 난 것처럼 장부를 처리하거나 실제 환율보다 낮은 환율로 환전한 것처럼 조작해 환전금액 일부를 빼돌린 뒤 그 돈으로 자신들이 갚아야 할 가지급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들이 갚아야 할 회삿돈을 또 다른 회삿돈을 빼서 넣은 것이다.

검찰은 KAI의 사원 채용 비리와 관련해서도 하 전 대표가 이모(62) 경영지원본부장에게 이들의 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을 허수아비 대표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협력업체 T사를 사실상 소유한 하 전 대표가 T사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재산상 이득을 취한 혐의(배임수재)도 있다. 하 전 대표는 관련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KAI 임직원 등의 진술과 확보한 증거를 통해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단 KAI의 인사와 각종 살림살이를 도맡은 하 전 대표의 측근인 이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두 차례 기각된 것은 검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본부장은 하 전 사장의 지시로 2015년 무렵부터 공채 신입사원 지원자 서류를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상적으로는 합격하지 못했을 10여 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재차 청구됐지만 20일 오후 법원은 지난 8일에 이어 또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부정채용 청탁자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검찰의 계획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병기·이정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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