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법과대 교수 헌법학

검찰 개혁은 우리 사회에 오래된 주제로, 역대 정부에서 지속해서 추진해왔던 과제다. 이번 정부도 예외 없이 검찰 개혁을 추진하면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와 함께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공수처)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법무부 산하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18일 첫 작업으로 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번 권고안의 내용을 보면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해 처장추천위에서 후보 2명을 추천하면 그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또한, 권고안은 공수처의 조직에서 검사와 수사관을 각각 최대 50명, 70명씩 둘 수 있도록 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까지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이 권고안은 그동안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법안들과 비교할 때 권한과 규모 면에서 너무 확대돼 있다. 여당은 공수처 신설이 검찰 개혁의 시작이라고 환영하고 있으나, 야당들은 공수처의 권력 집중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 개혁에는 형사사법 절차에 있어 검찰의 집중된 독점적 권한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즉,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고 형사사법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그 폐해가 크기 때문에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권고안을 보면 공수처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수사권을 전속적으로 행사하면서 어떠한 통제도 받지 않게 돼 있다. 이러한 형태의 공수처는 그동안 검찰 개혁에서 거론됐던 ‘수사와 기소의 분리’와 상충한다.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적으로 부여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서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주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검찰 개혁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개혁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먼저 검찰 인사 및 예산을 독립시키는 등 정치적 중립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이 문제와 더불어 수사권과 기소권 등 형사사법 절차에 있어 검찰 권한에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 문제가 된다면, 반국가적·반사회적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행사하도록 수사권을 조정하는 방안도 있다. 검찰의 기소권이 문제 된다면 미국식의 기소 대배심(grand jury)이나 독일식의 기소법정주의를 도입해 우리 현실에 맞게 병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우리 정치 현실에서 공수처의 신설은 또 다른 정치적 권력기관을 만든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공수처의 신설로 검찰권이 분산된다고 해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보장돼 검찰이 개혁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검찰권의 분산으로 형사사법 절차에 혼란만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腐敗) 범죄를 전담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동안 정치적 사건이나 검찰 구성원에 대한 수사에서 검찰 수사의 공정성이 문제였다고 한다면, 그런 문제에 있어 공수처가 독자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공수처 역시 국가의 형사사법기관으로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행사함에 있어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 신설이 필요하다면, 공수처 인사권의 독립성 보장과 그 권한 통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대전제다.

그렇지만 공수처와 같은 새로운 권력기관을 신설하는 것은 권력기관의 권한 총량을 늘리는 것으로,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결코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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