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이 죄를 지었더라도 우리 사회가 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보듬어야 한다는 취지로 법원이 잇달아 엄중 처벌보다는 선처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법원은 이들의 범행이 세월호 참사로 인해 발생했고 진상 규명 노력 과정에서 발생한 점을 참작했다.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2단독 장찬수 판사는 상해·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세월호 유가족 ‘성호 아빠’ 최경덕(47) 씨에게 징역 4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21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서 범행 정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형 선고를 미뤘다가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최 씨는 지난 4월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 내 촬영이 허용되지 않은 구역에서 촬영하다가 안전을 이유로 제지하는 해양수산부 직원을 폭행,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혔다. 최 씨는 4·16가족협의회 선체기록단에 소속돼 세월호 관련 영상 기록 업무를 하고 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을 생각하면 죄질이 좋지 않고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범행을 인정하고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 전력이 없다.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상해 정도가 무겁지 않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은 유일한 자식을 잃어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 국가나 이 사회 전체가 사고 발생 경위 및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행태에 큰 실망과 불신을 갖던 중 이러한 감정이 겹쳐 결국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했다. 이어 “엄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고 그보다는 이 사회 공동체 전체가 피고인을 보듬어 스스로 그 아픔을 내려놓거나 그 아픔에서 헤어나도록 함이 형벌의 목적으로서 일반 예방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더 낫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전지법은 지난해 1월 해수부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 및 선체 인양 촉구’ 집회 중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세월호 유가족 2명에게 각각 무죄와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도 범행으로 처벌이 불가피하지만 유가족 입장, 장관 면담 불발로 범행이 이뤄진 점 등 참작 사유를 들어 선처했다.

목포=정우천 기자 suns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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