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나 / 정진호 글·그림 / 비룡소

정진호 작가는 사람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고층아파트에서 내려다보는 거리 풍경이나 콘크리트 건물의 휑한 복도나 인적이 드문 밤길처럼 익숙한 곳이 그림책 속에 있다. 그 안에서 우리는 새로운 얼굴과 인사를 나누고 쏟아지는 별을 만난다. 그동안 마음을 두지 못했던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고 내가 있는 곳이 세계의 안쪽인지 바깥쪽인지도 묻는다. 정진호 작가의 그림책을 읽고 있으면 소유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유하는 공간을 향해서 생각을 열게 된다. 신작 ‘별과 나’에서 작가는 이러한 공간 개념을 더욱 넓히면서 빛과 어둠을 우리 곁으로 데려왔다.

짙은 먹색의 가로로 긴 표지를 펼치면 누구나 언젠가 걸어봤을 캄캄한 밤길이 나온다. 나이와 성별을 짐작할 수 없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주인공은 자전거를 타고 그 길을 간다. 길을 밝히기 위해 자전거 앞에 매달린 헤드라이트를 켜지만 불빛은 어둠을 밀어내면서 별빛도 반딧불이의 황홀한 비행도 몰아내버린다. 자전거를 탄 주인공은 어두운 길을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는 아름다움을 못 보고 오직 주행 중이며 독자는 이 광경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본다. 도중에 헤드라이트가 고장 나버리고 당황한 주인공은 어둠 속에 쭈그리고 앉아 고치려고 애써 보지만 쉽지 않다. 독자는 그가 어서 일어나 이 어둠 덕분에 목덜미까지 내려온 밤하늘의 별빛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더듬더듬 자전거를 일으킨 주인공은 다행스럽고 당연하게도 암흑 속에서 비로소 빛나는 반딧불이와 별빛을 발견한다. 그리고 섬뜩한 거대 조명과 마주치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소중한 반짝거림을 이들이 은폐하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이 작품에서 별빛들은 은박의 끄적거림으로 그려진다. 소박한 낙서 같기도 하고 버려진 먼지 같기도 한 이 별빛들은 주인공이 가는 길에 소리 없이 동행하면서 우산이 돼주기도 하고 다리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이름 모를 별빛들의 도움으로 어두운 하루를 헤쳐 나가고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본다. 정진호 작가는 볼로냐도서전에서 라가치상을 받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주목하게 되는 것은 2016년 양성평등문화인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이다. 이번에도 그의 주인공은 누구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자유롭고 동등하다. 60쪽, 1만3000원.

김지은 어린이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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