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바닷가를 끼고 있는 골프코스는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평안의 세계로 인도한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광활한 바닷가를 끼고 있는 골프코스는 우리들의 마음을 치유하며 평안의 세계로 인도한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느닷없이 후배가 찾아왔다. 이틀 뒤면 부부 라운드가 있는데 갑자기 사소한 갈등으로 인해 심하게 다퉜단다. 그 골프 모임에 “혼자 가야 할지, 아니면 함께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후배는 삶의 혜안과 골프 전문가로서의 골프적 상식을 동시에 원했다. 하지만 명쾌한 답을 주지 못했다.

필자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혼자 참석했던 적도 있고, 함께 참석하기도 했다. 또 한 번은 아예 불참을 통보한 적도 있다. 부부가 함께 골프를 한다면 이와 비슷한 사례가 한두 번씩은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정확한 답일까. 하지만 정답이란 있을 수 없다. 단지 정답에 가깝게 살려고 노력할 뿐이다. 사람이 아니라면 갈등(葛藤)이란 단어도 무의미할 것이다. 갈등은 칡과 등나무를 말한다. 두 식물 모두 덩굴로 이어졌다. 그러니 둘이 만나면 수많은 가지로 인해 엉켜 잘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다르다. 깨달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깨달음은 바로 실수에서 나온다. 골프 역시 수많은 실수를 통해서 원하는 샷을 다듬어 가듯 인간관계 역시 수많은 갈등이 모여 원만함을 만들어낸다.

얼마 전 쓴 골프 관련 글로 인해 갈등이 있었다. 결국 상대가 손해배상 청구를 하기에 이르렀고, 필자는 진위를 가려보자며 맞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정은 복잡해졌다. 정의, 진위를 떠나 갈등 속에서 고통당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상대를 만나 진솔, 진정성으로 갈등을 풀었다. 수많은 곁가지를 풀고 나니 그 사이에 탄탄한 줄기가 드러났다. 인간이기에 가능한 갈등 해소였다. ‘새로운 나로 변신하려면 기존의 나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는 니체의 문구가 용기를 줬기에 가능했다.

우리 인간은 살아가면서 안 좋은 날씨가 이어지면 투덜거리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면 환하게 웃는다. 정말 계속 웃을 수 있을까. 화창한 날씨만 계속된다면 사막이 된다. 안 좋은 날씨 덕분에 사막화가 방지된다는 것을 인간은 간과하고 산다.

살면서, 골프를 하면서 갈등이 많은 사람에게 윌리스 H 캐리어의 ‘3단계 해소법’을 권유한다. 1단계는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은 어떤 것인가?’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2단계는 필요할 경우 최악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3단계는 침착하게 최악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라는 것이다.

이제야 후배에게 말할 수 있겠다. 윌리스의 말처럼 최악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것을. 그래서 불참이나, 혼자가 아닌 함께 참석하려고 개선해야 한다고 말해 주고 싶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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