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래자식(아들)’ ‘호로자식(아들)’ ‘후레자식(아들)’. 이들은 배운 데 없이 제풀로 막되게 자라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의미가 같을 뿐만 아니라 그 어형도 유사하여 특별히 눈에 띈다. 이는 이들이 어원적으로 관련이 있는 단어임을 암시한다.

‘호래자식’은 ‘한영자전’(1897)에 ‘홀에자식’으로, ‘호로아들’은 ‘큰사전’(1957)에 ‘홀의아들’로 나온다. 이들 ‘홀에자식’과 ‘홀의아들’은 후대 문헌에 등장하지만, 기원적 형태에 가까워 어원을 설명하는 데 실마리가 될 수 있다. ‘호래’ ‘호로’ ‘후레’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는데, 오랑캐를 뜻하는 ‘호노(胡奴)’ 또는 ‘호로(胡虜)’에서 온 것이라는 설이 가장 널리 퍼져 있다. 이는 오랑캐가 밉던 차에 우연하게 음(音)이 비슷한 ‘호노’ 또는 ‘호로’와 연결한 것에 불과하다. ‘호래’ ‘호로’의 이전 어형이 ‘홀에’ ‘홀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아마도 이와 같은 설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홀에자식’이나 ‘홀의아들’의 ‘홀’은 ‘홀어미, 홀아비’의 그것과 같다. 그러기에 ‘홀’은 ‘짝이 없는 하나’의 뜻이다. ‘홀에’와 ‘홀의’의 ‘에’와 ‘의’는 명사 ‘홀’과 ‘자식(아들)’을 연결하는 속격조사이다. 따라서 이들은 ‘홀 것의 자식(아들)’, 곧 ‘홀어미 혼자서 키운 자식(아들)’이라는 뜻이 된다. “애비 없는 후레자식”이라는 관용적 표현에서 ‘홀에’나 ‘홀의’의 의미가 잘 드러난다. ‘홀에’는 ‘호래’ 또는 ‘후레’로 변하여 ‘호래자식(아들)’ ‘후레자식(아들)’에 남아 있고, ‘홀의’는 ‘호로’로 변하여 ‘호로자식(아들)’에 남아 있다.

홀어미 혼자서 키운 자식(아들)이라고 모두가 버릇이 없을까마는 아버지의 엄한 가르침 없이 자란 자식(아들) 중에 막된 경우가 많았기에, 굳이 홀어미와 그 자식(아들)을 이용한 비어(卑語)가 만들어진 것이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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