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기업 80∼90% 中은행 거래
대금 송금·통치자금 관리 용도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이 최근 일선 은행들에 북한과의 신규 거래 중단을 통보한 것은 미국과 사전 조율을 거친 ‘미·중 협의’의 산물로 풀이된다. 대북 자금줄 차단의 ‘키’를 쥔 중국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얻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은행들의 대북 신규 거래 차단 조치는 대중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분석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21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오늘 아침 일찍 런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행장과 앞으로 우리가 함께 협력할 방안 등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런민은행)이 오늘 한 조치는 우리와의 대화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이번 조치가 지난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중국에 대한 압박과 물밑 협상의 산물이었음을 보여준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공상은행을 비롯해 농업은행, 건설은행, 초상은행, 단둥은행, 대련은행, 교통은행 등 모두 12곳을 대상으로 대북 거래 차단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이번에 신규 대북 거래 차단을 통보받은 중국 은행들도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한 기업의 80~90%는 중국계 은행에 계좌를 개설해 수출 대금 송금은 물론 통치자금 등의 비밀 외화자금 관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기업들은 미국 금융당국이 확인할 수 없는 위안화 결제 거래와 구상무역(결제자금이 필요 없는 거래)을 중국 은행들을 통해 하고 있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소장은 “북한이 정상적 무역거래나 외화자금 예치 등을 대부분 중국 은행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거래를 중단하면 북한 경제의 자금줄을 차단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도 “중국이 과거보다 대북제재에 적극적인 상황과 맞물려 이번 조치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해 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이 강력한 대북제재 이행을 담보하지 않으면 중국 내 지방은행이나 다른 나라에서 차명 계좌 등을 개설하는 방식으로 북한이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뉴욕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해 “더 이상 위험한 길로 가지 말라”고 경고했다. 왕 부장은 “한반도의 북이든 남이든, 동북아든 전 세계 다른 지역이든 새로운 핵 국가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북한의 핵무장뿐 아니라 일본은 물론 한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배치와 자체 핵무장론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충남 기자 utopian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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