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인근 맹학교 학생
잇따른 시위에 불편 호소


“집회·시위의 자유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애 학생들의 안전도 생각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지난 19일 오후 3시 50분쯤 서울 종로구 신교동 교차로. 국립서울맹학교와 복합 장애인 편의 시설 푸르메 센터 등이 몰려 있는 이곳에 45인승 버스 20여 대가 한꺼번에 몰려와 차를 돌리기 시작했다. 보행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어도 버스의 유턴 행렬은 계속됐다. 길을 건너던 장애인은 버스에 치일 뻔했다. 삼척시 사회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삼척 화력발전소 건설 촉구 및 삼척시민 생존 투쟁 궐기대회’ 참가자 1500여 명이 타고 왔던 버스였다. 시위대는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집회를 한 뒤 청와대 분수대 앞까지 행진했다.

청와대 인근 시위가 많아지면서 일대 학교에 다니는 장애인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청각과 후각, 보도의 점자블록 등에 의존해 이동하는데, 집회·시위 소음과 점자블록 침범 등으로 보행 안전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신고된 9월 중 신교동·청운동·효자동 일대 집회는 40건.

인근 서울맹학교 학생들은 등하교 및 보행 연습 때 지장을 받고 있다. 서울맹학교 관계자는 22일 “우리 학교 학생들은 주로 청력에 의존해 상황을 판단해야 하기에, 지나치게 큰 소음을 내거나 과격한 시위가 벌어지면 안전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큰 집회가 있으면 다른 길로 등교하라고 학생들 가정에 공지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집회·시위 단골 장소인 푸르메 센터 내 종로장애인복지관 이용자들도 비슷한 고충을 털어놨다. 시각장애인 아들과 함께 온 40대 여성은 “센터를 나와 길을 건널 때마다 신호등에 걸려 있는 집회용 대형 현수막에 신경이 쓰인다”며 “시위대가 놔두고 간 시위용품 운반용 종이상자들을 볼 때마다 아이가 걸려 넘어지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복지관 관계자는 “재활센터에서 치료받을 때 소음 때문에 방해된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시각장애인들은 흰색 지팡이를 점자블록 홈에 대고 쭉 밀거나 이점 촉탁법(지팡이로 점자블록을 두 번 내리치면서 진행 방향을 탐색하는 것)을 활용해 보행하는데,시위 등으로 방해를 받을 경우 길을 잃거나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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