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8개 생산업체 적발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서
고시가격의 85% 지원 받아
업체 “삭감 많아 높게 산정”


치매 등으로 6개월 이상 도움이 필요한 노인 등에게 국가가 구매비를 지원하는 ‘복지용구’의 생산 원가를 총 290억 원 이상 부풀려 700억 원이 넘는 건강보험 급여를 받은 제조업체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준엽)는 복지용구의 생산 원가를 부풀려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여를 부당하게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복지용구 제조업체 A사 대표 등 8개 업체 관계자 6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복지용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에 따라 요양등급이 부여된 수급자들이 고시가격의 85%를 지원받아 구매·대여할 수 있는 노인용 침대, 이동 변기 등 제품을 일컫는다.

복지용구 제조·수입 업체가 원가를 포함해 희망 판매 가격을 제출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이를 참고해 고시 가격을 정한다. 예컨대 판매 가격이 49만 원으로 정해진 노인용 이동 변기의 경우, 건보공단에서 41만6500원을 지원하고 수급자는 본인부담금 7만3500원을 내면 구매할 수 있다. 원가가 부풀려지면 건보공단과 소비자의 부담이 모두 커지는 구조다.

검찰에 따르면 이 업체들은 건보공단에 재료비 등을 부풀린 허위 원가 자료를 제출해 건보 급여를 부당하게 많이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0년 복지용구 제조업에 뛰어든 A사는 그동안 원가를 약 90억 원 부풀려 판매가를 크게 올림으로써 약 190억 원의 건보 급여를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8개 업체가 부풀린 원가는 각각 최소 14억 원에서 최대 96억 원으로 총 290억 원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건보공단이 지출한 금액은 7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올해 초부터 관세청·보건복지부·건보공단 등과 협력해 복지용구 업계 전반에 대해 대대적인 기획수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미 기소된 8개 업체를 포함해 매출 상위 20여 개 업체로 수사를 확대, 부풀린 원가와 건보공단에서 지급된 피해 금액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업계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과 증거를 인정하면서도 “사기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희망 판매 가격의 30∼80%가 삭감되는 때도 있어 기업 입장에선 방어 차원에서 원가를 높게 산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부풀린 원가의 금액이 상상 이상으로 크고, 최근 유사 사건에 대해 사기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며 “결국 건보 공단의 피해 금액은 모두 국민의 돈이므로, 건보 재정 건전성 확립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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