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가우도 정상에서 광주 지산중 학생들이 973m 길이의 ‘집트랙(공중하강체험시설)’을 타면서 속도를 즐기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지난 20일 전남 강진군 도암면 가우도 정상에서 광주 지산중 학생들이 973m 길이의 ‘집트랙(공중하강체험시설)’을 타면서 속도를 즐기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

(3) 전남 강진
감성여행 1번지 강진 푸소체험


“맘 다잡을 겨를도 없이 집트랙(공중하강체험시설)이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 소리를 마구 질렀어요. ‘엄마야!!!’”

지난 20일 전남 강진군에서 집트랙 체험 후 만난 나동원(15) 군은 얼굴이 상기된 채 이같이 말했다. 나 군은 “엄마와 떨어져 수학여행 와서 기분이 좋았는데 막상 무서운 마음에 엄마라고 소리쳤다”며 입을 벌려 웃었다. 다른 학생들도 “안경이 날아갈 정도로 빨랐다”며 “너무 재밌다”고 곳곳에서 아우성이었다.

강진군에서 유일하게 유인도인 가우도(駕牛島) 정상에 세워진 세계 최대 규모의 청자타워. 이곳에서 집트랙을 타고 바다를 가르는 비행시간은 비록 1분도 안 됐지만, 973m 길이는 학생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했다. 이날 광주시에 있는 지산중 2학년 학생 230명은 아침 8시 30분에 버스 8대에 나눠 타고 1시간가량 이동해 집트랙을 시작으로 2박 3일간의 수학여행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지산중 학생들은 문화일보가 농림축산식품부, 전남 강진군 등과 손잡고 펼치고 있는 ‘농촌愛올래-지역 단위 농촌관광시스템 구축’ 캠페인의 하나인 푸소 체험을 수학여행으로 대신했다. 강진군의 푸소(FU-SO)는 ‘필링-업(Feeling-Up)’과 ‘스트레스-오프(Stress-Off)’의 줄임말이다. 푸소는 ‘덜어내시오’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기도 하다. 일상의 스트레스를 모두 떨쳐버리라는 의미다.

같은 시간 한무리의 학생들이 가우도 트레킹을 하고 있었다. 가우도는 ‘출렁다리’라 불리는 해상인도교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출렁다리라고 해도 다리가 흔들리지 않으며 걸을 때 주변 바다를 내려다보면 물결이 출렁이는 모양이 마치 걷는 사람이 출렁거리는 듯한 느낌이어서 붙은 이름이다.

고순덕(55) 해설가는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2.5㎞의 트레킹길 중간에 세워진 영랑 김윤식(1903∼1950) 선생 동상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학생들에게 설명을 시작했다. 고 해설가는 강진 출생인 김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시의 몇 소절을 소리 내 읽고서는 학생들에게 중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온 시인데 기억하냐고 물었다. 김수빈(15) 양과 친구들은 아는 듯 모르는 듯 환하게 웃음만 지었다.

김 양은 “가우도 트레킹은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걸어서 좋았고, 영랑 선생님의 시와 삶도 배웠더니 더욱 알찼다”고 말했다. 이날 지산중 학생들은 오후에 영랑 생가에서 2시간 동안 연극과 오페라, 바이올린 연주 등을 통해 감성을 키운 뒤, 저녁에는 농가나 어가를 찾아가 이튿날 저녁까지 5끼를 먹고 3∼6명의 친구와 함께 잔다. 시골의 정서와 감성을 경험하는 전국 유일의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다. 특히 숙박만 하는 기존 민박과 달리 시골집에서 짚신과 멍석 짜기, 달걀 꾸러미 만들기, 곤충체험, 고구마·도라지 캐기, 단감·버섯 따기 등 실제 체험을 제공한다. 푸소 체험은 중·고등학교 수학 여행의 패턴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진군에 따르면 2015년 8월에 시작된 푸소 체험자는 지난해 7000명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지난해를 넘어 1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지난 8월 기준 6500명을 넘었다. 9·10월 수학여행 성수기 체험은 이미 지난해 예약이 시작됐으며 내년 상반기 예약도 벌써 시작됐다고 강진군청 담당자는 귀띔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군민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추진했던 푸소 체험이 이제는 경제적 가치를 넘어 타인과의 소통, 따뜻한 정서의 교류라는 더 큰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진=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