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부장 자리 적어 총력전
1심, 단독심 전환 필요성 커
평생·원로법관제 확대도 대안
법원 안팎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자 가장 풀기 어려운 숙제 중 하나로 꼽는 게 사법부 인사 적체다. 올해 세 차례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일선 판사들의 관심이 쏠렸던 배경에도 인사 적체와 이로 인한 ‘사법 관료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일선 판사들의 목소리다. 지난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사실심(1·2심)의 충실한 심리를 위해 판사 정원을 늘렸지만, 법원행정처 심의관이나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 소위 승진 코스로 알려진 보직에 일부 판사만 진입하게 되고, 승진 적체 현상도 심화하자 내부 불만이 폭발하면서 사법 행정 개혁을 위한 법관회의에의 참여도를 높였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중론이다.
◇판사 3000명 시대… ‘인사 적체’ 해결 시급 = 26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전국 판사 정원은 3034명이고 현원은 2973명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1심 재판의 충실화를 도모하기 위해 판사 정원을 증원하고, 법조 경력 15년 이상으로 경력이 풍부한 변호사들을 소액 사건 등 전담판사로 선발했었다. 그 결과 사법연수원 30기 전후 소장 판사들을 중심으로 양승태 체제에 대한 불만이 폭증했다. 법원도 일반 직장처럼 피라미드 구조로 승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법원 인사는 ‘지방법원 합의부 배석판사→지방법원 단독판사/고등법원 합의부 배석판사→지방법원 부장판사→고등법원 부장판사(차관급 대우)→법원장’ 순서를 거친다. 대법관이나 법원장이 되려면 고등법원 부장까지는 일단 올라가야 하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자리가 적다 보니 승진 병목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문제는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올해 초 배석판사들이 전국법관회의에 가장 앞장선 이유는 업무가 고된 배석판사 말고 본인이 직접 재판장을 하고 싶다는 데 있다”면서 “인사 적체와 그로 인한 불만을 해소하려면 1심을 단독심으로 하는 방안이 가장 좋다”고 지적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인사 ‘적체’라는 말 자체에 해답이 있다”면서 “판사가 왜 승진을 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부장판사는 “‘고법 부장이 곧 승진’이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야 적체라는 표현 자체도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판사는 또 “현재 법원조직법에는 대법원장·대법관·판사로만 그 자격을 구분하고 있다”면서 “고법 부장도 그 타이틀을 폐지하고, 미국식으로 ‘재판장’을 둬 6개월 단위 혹은 1년 단위로 돌아가면서 맡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2심 강화 문제도 과제 = 일각에서는 김 대법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하급심 강화를 꼽기도 한다. 판사 인사 적체를 해결하기 위해 1심을 단독심으로 바꾸되 하급심 약화 우려를 불식해야 국민의 재판권을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다는 등의 논리 때문이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하급심 강화를 위해 항소심의 사후심제 운영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심을 법률심으로만 운영해 1심에서 모든 증거와 사실관계 등을 치열하게 다투도록 한다면, 현재처럼 소송 당사자들이 1심을 통과의례로만 여기지 않게 된다는 주장이다.
서울고법의 또 다른 판사는 “평생법관제와 원로법관제처럼 경력 판사들을 1심에 배치하는 방안도 더욱 확대해야 한다”면서 “현재 원로법관들이 1심 소액 사건만 맡고 있는데, 1심 충실화를 위해 이분들을 형사부에도 배치하고 대신 사무 분담으로 사건 수를 줄여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판사는 “1·2심에 경력 법관들을 둔다면 인사 적체 문제도 해결되고 동시에 국민의 하급심에 대한 불만이나 불안감을 해소해 상고심 적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정철순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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