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를 예측하라
과학기술 융합해 기존틀 붕괴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덮쳐와
기존 중간층 다수 실직할 수도
정신·영혼은 기계가 대체못해
AI 결합해 가치높일 일 찾아야
혁신 생태계 적응해야만 勝者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기’ 행사가 열렸다. 한 교육 스타트업 회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 자녀 진로 지도법’이란 학부모 오픈 콘서트를 개최했다. 정부는 ‘4차산업 혁명위원회’ 설치를 입법 예고했고, ‘일자리 창출’과 ‘국민생활 혁신 프로젝트’를 내놨다. 지난 며칠 사이 나온 4차산업 관련 보도 중 극히 일부다. 지난 100일 사이 4차 산업혁명 기사를 검색하면 1000여 건이 넘는다. 제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장밋빛 기대보다 일자리 불안으로 다가서지만, 여전히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긴 추석 연휴에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책을 통해 한번 정리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클라우스 슈밥 지음/새로운현재/2016)= ‘4차 산업혁명’이란 말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2016년 1월 공공·민관협력을 위한 국제기구인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 그 개념과 영향을 발언한 이후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전 세계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세돌-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은 그 이슈를 한국에 확산하는 데 일조했다. 슈밥은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의 도래’로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한다.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이 경계 없이 융합해 기존의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창출해 개인의 일상부터 세계 경제 등 전반에 대변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기술은 유비쿼터스(Ubiquitous), 모바일 슈퍼컴퓨팅 등 정보기술(IT) 분야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 빅 데이터와 클라우딩, 3D 프린팅, 나노, 바이오기술, 자율주행자동차, 신경기술, 뇌과학 등을 꼽는다. 그는 그 시대가 이미 열렸으며, 제1~3차 산업혁명과는 달리 예측할 수 없는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돼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세상을 순식간에 덮치고 말 것이라 예측했다.
가장 우려되는 영향은 더욱 심화될 불평등이다. 로봇과 알고리즘이 노동을 대체하고, 노동시장은 전문적 기술이라는 제한적 범위로 편중되며, 혁신이 주도하는 생태계에 적응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만 승자가 될 것이다. 또 인간이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에 악영향을 끼치는 등 기술이 가져올 방대한 변화가 우리의 자아에 미칠 영향은 이제 논의가 시작된 단계다. 그는 “기술이 우리에게 던지는 문제에 대해 모두가 정확히 인지하고 분석해야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행복을 파괴하기보다는 향상시킬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상황 맥락(contextual) 지능’ ‘정서(emotional) 지능’ ‘영감(inspired) 지능’ ‘신체(physical) 지능’ 등 네 가지 능력 배양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즉 정신, 마음, 영혼, 몸 등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가장 본질적인 특성에 기반을 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강력한 인간의 시대/타일러 코웬 지음/마일스톤/2017)= 책의 원제목은 ‘평균의 시대는 끝났다(Average is over)’이다.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인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높은 소득의 부유층과 하찮은 소득에 만족해야 하는 빈곤층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중간층 다수의 실직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소위 능력지상주의 세상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기계가 모든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주장을 펴지는 않는다. 기계지능이 모든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대체할 것이며, 기계 혁명에 적응하는 사람은 더 많은 소득을 올릴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뇌와 흡사한 기계를 만드는 수준까지 발전한 분야는 거의 없으며 기계는 여전히 인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기계 지능과 결합하여 인간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을 조언한다. 미래의 고소득층은 자발적으로 동기를 부여하고 노력하는 특성이 있고, 새로운 기술을 보완할 능력이 있는 자율적인 사람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인에비터블 미래의 정체(저자 케빈 켈리/청림출판/2017)=‘12가지 법칙으로 다가오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부제목이 붙어 있다. 세계적인 과학기술 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인 저자는 과거에도 그랬듯, 미래의 변화들은 현재 이미 작용하고 있는 몇 가지 장기적인 ‘기술적 힘들(Technological Forces)’의 산물을 통해 예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앞으로 30년을 빚어낼 불가피한(inevitable) 기술의 힘-주변 환경을 인지화하고, 소유보다 접근을 더 중시하고, 모든 것을 추적하는 등-의 12가지를 설명하고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상호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이 힘들은 우리가 일하고, 놀고, 배우고, 구매하고,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을 철저히 혁신시킬 것이며, 이 힘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기술들로부터 최대한 혜택을 얻는 방식으로 재편하고 적응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조언한다.
◇노동 없는 미래(팀 던럽 지음/비즈니스맵/2016)=미래사회의 ‘일의 불확실성’에 대한 인문학자의 책이다. 새로운 기술과 그 통제 능력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는 저자는 노동을 줄여주는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기술을 통해 사회를 체계화하면 지금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낙관한다.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가져가는 것은 우리가 노동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는 사람이 받는 임금이 수세기 동안 정치적 이해관계의 결과라는 것을 대중이 이해하게 하고, 노동 없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견해를 갖게 한다. 우버(Uber)와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기업들은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뿐만 아니라 노동과 부의 창출이 이해되는 방식을 재구조화한다. 이런 공유경제는 미래에 우리가 사회를 구조화하는 기본적인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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