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무선청소기 ‘파워건’

무선청소기가 힘이 없다는 것은 옛말이다. 오래가는 배터리와 강력한 소형 모터 기술이 무선청소기에 대한 인식을 확 바꾸고 있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1901년 영국 발명가 세실 부스가 처음 선보인 진공청소기는 말이 끌어야 할 만큼 무겁고 컸다. 소리는 또 얼마나 엄청났던지 끌던 말이 놀라 뒷발질했다는 일화도 있다. 이후 근 한 세기를 지나며 청소기 기술은 계속 진화해왔다. 작고 가벼운 몸체, 적은 소음과 강력한 흡입력, 탁월한 사용성 등을 놓고 기술자들은 고민을 거듭했다. 무선청소기 역시 그 산물 중 하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소기 시장에서 무선청소기는 ‘주력 상품’이 아니었다. 가장 흔히 쓰이는 가정용 유선청소기의 흡입력은 300W(흡입력의 세기를 표시하는 일의 단위)인 데 반해 핸디(handy)형 무선청소기의 흡입력은 약 30W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성능 차가 워낙 크다 보니 무선청소기는 ‘눈에 보이는 먼지 위주로 단시간에 청소할 때 쓰는 제품’이란 인식이 강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스틱형 무선청소기 ‘파워건’은 단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진화형 제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파워건은 이름처럼 강력하다. 2017년 9월 현재 출시된 스틱형 무선청소기 중 가장 센 흡입력을 자랑한다. 150W의 힘으로 바닥에 흩뿌려진 먼지를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딱딱한 바닥 면에 시리얼과 모래를 각각 한 줌씩 뿌려놓고 측정한 청소 효율은 99%.

진공청소기에서 모터는 ‘심장’으로 불릴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 손으로도 거뜬히 들려야 하는 무선청소기 모터라면 작고 가벼워야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12년부터 소형이면서 성능이 강력하고 소음과 전력 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터 개발에 착수했다. 파워건에 장착된 ‘삼성 디지털 인버터 BLDC’ 모터는 그 결과물이다.

진공청소기 기술은 ‘(모터를 활용한) 팬 회전’이 관건이다. 팬이 분당 1만 회 이상 회전하며 기기 내 공기를 밖으로 빼내면 기기 내부 기압은 낮아진다. 기기 바깥쪽 기압은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내·외부 압력 차가 발생한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이동하므로 청소기 밖 공기가 청소기 안으로 밀려 들어와 먼지도 함께 끌고 나간다. 이때 모터의 회전 속도가 높을수록 청소기 내·외부 압력 차는 커진다.

하지만 모터 회전 속도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고성능 제품’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모터의 효율이 높아지려면 모터 속도가 적정해야 한다. 모터는 빠르게 돌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지만 그만큼 수명도 단축시킨다. 모터가 너무 빨리 돌아도, 너무 느리게 돌아도 문제인 구조다.

파워건의 모터 회전수(6만5000rpm·초당회전속도)와 속도(190m/s)는 ‘모터 내구성을 고려한 최적 모터 속도’에 대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해법인 셈이다.

‘모터 회전수 6만5000rpm’엔 비밀이 하나 더 있다. 모터는 회전 속도가 빨라질수록 고주파음을 낸다. 특히 10만rpm이 넘어가는 제품에선 높고 날카로운 소음을 피하기 어렵다. 파워건은 이 점에 착안, 모터가 너무 빨리 돌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했다.

생활가전 제품을 만들 때 소음 저감(低減)은 매우 중요한 고려 사항이다. 진공청소기에서 소음은 팬 날개 균형 정도와도 관련이 있다. 자동차 휠 밸런스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자동차 휠의 균형이 틀어지면 고속 주행 시 ‘웅웅’하는 소음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파워건 개발진은 모터 팬 날개 무게 오차를 7㎎까지 줄여 균형을 잡아냈고, 소음이 증폭해 본체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설계했다.

이를 위해 팬과 주변 고정 날개 구조도 바꿨다. 항공기 날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팬과 주변 고정 날개를 모두 유선형으로 설계했다. 회전수가 같다고 가정했을 때 모터 내 공기는 일(一)자형 고정 날개를 지날 때보다 유선형 고정 날개를 지날 때 더 빠르게 흐른다. 회전수를 더 높이지 않고도 강한 흡입력을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청소기 대부분이 ‘유선형 팬과 일자형 고정 날개’로 구성된 점을 고려할 때 고정 날개까지 유선형인 팬 구조를 갖춘 건 삼성 제품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팬 조립 방식으로 특허를 획득했다.

모터에서 발생시킨 힘을 온전히 청소에 쓰려면 유로 설계가 중요하다. 두 개의 회전 브러시가 바닥에 깔려 있는 먼지를 쓸어 위로 띄운 다음, 사방으로 회전하며 유로로 재빨리 올려보낸다. 전용 모터로 회전하는 이들 브러시의 분(分)당 회전수는 2500회. 파워건을 쓰면 분당 5000번 쓸어 담는 효과를 누리게 되는 셈이다. 자연히 브러시가 하나뿐인 청소기를 사용했을 때보다 청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무선청소기로 청소가 간편해졌다 해도 무게가 2㎏대인 기기를 오래 쓰다 보면 손목에 무리가 가기 일쑤다. 더욱이 앞뒤고 밀고 당기는 작업을 반복하게 돼 있어 손목 역시 그에 따라 펴졌다 구부려지곤 한다. 파워건 개발진이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내놓은 대안은 ‘플렉스 핸들’. 손목으로 향하는 무리를 최소화하고 적은 힘만 가해도 작동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인체공학적 장치다. 버튼 하나로 50도까지 꺾이는 ‘관절’을 본체에 숨겨놓은 게 골자. 손목 대신 본체가 꺾이는 구조여서 장시간 청소해도 손목이나 어깨가 아프지 않다.

플렉스 핸들의 장점은 또 있다. 가구와 바닥 사이 납작한 틈까지 손쉽게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 역시 본체를 필요한 만큼 꺾으면 된다. 파워건 손잡이 부분은 본체를 바닥에 뉘어도 손목과의 각도를 언제나 최적의 형태로 유지한다. 무릎을 꿇거나 바닥에 엎드려 손잡이를 고쳐 잡지 않아도 된다.

파워건엔 탈착(脫着) 가능한 고출력(32.4V) 대용량 배터리팩이 포함돼 있다. 완전히 충전했을 때 한 개의 배터리로 40분간 사용할 수 있으며 배터리를 두 개 쓰면 80분까지 청소를 이어 할 수 있다. 아홉 개의 배터리셀로 구성된 배터리팩은 5년 사용해도 용량이 80%까지 유지된다. 방전된 후엔 사용이 불가능한 내장형 배터리 제품의 단점을 보완, 배터리를 탈착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사용 도중 방전되더라도 다른 배터리로 갈아 끼울 수 있기 때문.

필터도 파워건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파워건 필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미세먼지를 99.9%까지 차단한다. 또한 5중 청정 헤파 시스템은 기기 밖으로 배출되는 공기를 정화해준다.

유로를 통해 올라간 먼지는 ‘사이클론 시스템’(원심력으로 유체 속에 섞인 고체 알갱이를 골라내는 장치)에서 한 차례 걸러진다. 강력한 사이클론 기류에 의해 큰 먼지가 걸러진 후엔 ‘이지클린 필터’와 ‘워셔블 엠보싱 필터’가 작은 먼지를 잡는다. 초미세먼지는 마지막 단계에서 ‘마이크로 필터’와 ‘헤파 필터’가 걸러낸다.

먼지통 역시 관리하기 편하다. 쉽게 비울 수 있을 뿐 아니라 물세탁도 가능하다. 청소기 먼지통은 대개 사이클론 회전 기류를 이용해 먼지와 공기를 분리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머리카락이나 동물 털 등이 쉽게 감기는 것. 이 사이에 먼지나 이물질이 끼면 청소가 까다로워지고 흡입력도 감소한다. 하지만 이 먼지통은 사용자가 레버만 잡아당기면 필터에 감긴 머리카락 뭉치가 툭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손으로 일일이 뜯어내거나 억지로 잘라내지 않아도 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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