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韓美동맹 가진 정부믿고
경제에 몰입 국가위상 지켜야”
존 체임버스 前S&P평가위 의장
“北核문제 40년만에 가장 심각
앞으로 불확실성 많이 생길것”
“10년 동안 사무총장을 할 때를 비춰 보면 지금처럼 북핵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수준까지 이른 적은 없었습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전경련이 개최한 ‘북핵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나-전망과 대응방안’ 특별대담 기조연설에서 “어느 때보다 무거운 주제에 대해 얘기하게 됐다”면서 이처럼 말문을 열었다.
반 전 총장은 외교 보좌관으로 재직했던 2003년을 회고했다. 당시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2003년 1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 약 두 달 뒤 한국의 등급 전망을 ‘A3 긍정적(positive)’에서 ‘A3 부정적(negative)’으로 두 단계 떨어뜨렸다.
반 전 총장은 “1998년 환란 위기를 겪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였는데, 북한의 우리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위기가 닥쳐 왔다”면서 “당시 외교 보좌관으로 있을 땐 금융, 국방 책임자 등과 뉴욕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때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기관과 금융권 지도자들을 만나 설득했고, 다행히 이해를 구해 5년 만에 환란이 올 수 있었던 위기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고 반 전 총장은 말했다.
그는 “북한이 지금까지 2번 공개적으로 사과했는데, 그중 하나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당시 미군이 항공모함에 전폭기를 가득 싣고 원산항을 봉쇄했을 때”라면서 “북한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미군이 철수하면서 긴장을 해소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반 전 총장은 “한국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우발적인 충돌로 가는 것은 누구한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과거 역사를 많이 보면 전쟁이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뾰족한 수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 몸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한·미 동맹이라는 강력한 툴을 가지고 있으므로 정부를 믿고 절대 동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에 몰입해서 국가의 위상을 계속 지켜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존 체임버스 전 S&P 국가신용등급 평가위원회 의장은 이날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의 대담에서 “15년 동안 8번 한국을 방문했다”면서 “한국은 탄탄한 실물경제와 재정 건전성 등을 갖추고 있으나 북한 도발이라는 대외 취약성을 동시에 가진 미묘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심각한 상황으로 보인다”면서도 “전쟁까지는 안 갈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여파로 인해 많은 불확실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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