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서 脫원전 등 의견 교환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왼쪽 사진) 일본 도쿄도(東京都)지사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오른쪽) 전 총리를 등에 업고 아베 신조(安倍晉三) 정권의 정책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내달 총선에서 맞대결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신의 집권 시절 아베 총리를 관방 부장관, 자민당 간사장 등 정부·여당 요직에 적극 발탁해 그의 총리 등극을 이끌어 준 정치적 은사였다는 점에서 ‘고이케·고이즈미’ 연대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 경계심이 깊어지고 있다.

26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의 중의원 해산 및 내달 22일 총선 계획 발표에 따라 25일 이른바 ‘고이케 신당’인 ‘희망의 당’ 대표로 취임한 고이케 지사는 이날 도쿄도 청사에서 고이즈미 전 총리와 회담했다. 고이케 지사는 고이즈미 전 총리로부터 “힘내라는 격려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는 고이즈미 전 총리의 재임시절이던 2003년 환경상으로 내각에 처음 입각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이날 탈원자력발전을 포함한 에너지 및 환경 정책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정권이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 원전 폭발 사고 이후 전면 중단됐던 일본의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고 있는 가운데 ‘탈원전 전도사’로 변신한 고이즈미 전 총리가 고이케 지사에게 아베 정권과 반대되는 정책을 조언한 셈이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고이케 신당이 탈원전을 기치로 고이즈미 전 총리와의 연대를 도모하는 것 아니냐”며 경계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이케 지사는 아베 총리가 중의원 해산의 주요 명분 중 하나로 제시한 소비세율 인상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보도된 인터뷰에서 최우선 선거 공약으로 “경기회복을 실감할 때까지 소비 증세 보류”를 꼽았다.

특히 고이케 지사는 이번 선거를 통해 아베 정권을 무너뜨리고 희망의 당의 집권을 시도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희망의 당 소속 출마자 규모에 대해 “정권 선택에 필요한 숫자가 요구된다”며 “(이번 총선을) 정권 선택 선거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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