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달라도 계속 대화해야”
메르켈, 연정파트너에 구애

총선서 제3정당 오른 AfD
舊 동독 3040男 몰표 받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새 연정 구성에 나섰다. 이번 총선에서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돌풍을 일으키며 전 유럽에 충격을 준 가운데, AfD의 성공은 구(舊)동독 지역의 30~40대 남성 유권자가 뒷받침한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통신은 25일 메르켈 총리가 현 연정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을 비롯해 자유민주당(FDP), 녹색당과의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연정 논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사민당과의 대연정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사민당은 이미 야당의 길을 선언한 상태다. 이번 총선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한 사민당은 당 재건을 위해 강한 야당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SPD 입장에 대해선 들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연락하고 대화해야 한다”며 “모든 당은 연정에 참여해 안정적인 연정 형태를 만들어낼 책임이 있다”며 사민당에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하지만 현실적 대안으로는 기독민주(CDU)·기독사회(CSU) 연합과 FDP, 녹색당이 함께하는 ‘자메이카 연정’이 꼽힌다. 자메이카 연정은 이들 당의 색과 자메이카 국기색이 같다는 데서 나온 별칭이다. 하지만 이들과는 난민, 조세, 에너지 문제 등에서 인식차가 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제3정당으로 뛰어오르며 가장 주목받은 AfD의 성공에는 구 동독 지역에 사는 30~40대 남성의 지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 동독 지역의 경제는 구 서독 지역에 비해 다소 낙후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연방 선거관리위원회 자료와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 분석 등에 따르면 AfD는 구동독 지역에서 득표율이 22.5%에 달하는 등 강세를 보였다. 특히 구동독 지역 작센 주에서는 AfD의 지지율이 27%로 26.9%를 얻은 CDU·CSU 연합을 뛰어넘어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성은 9%가 AfD를 선택한 반면, 남성 유권자의 16%가 AfD를 찍었고, 연령별로는 30∼44세의 16%가 AfD에 투표해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번 총선에서 AfD가 돌풍을 일으킨 반면 CDU·CSU 연합, 사민당 등 주류 정당은 쇠퇴했다. 특히 사민당은 역대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기디언 래치먼 수석 칼럼니스트는 “지난 몇 년간 유럽을 강타한 포퓰리즘이 독일만은 피했지만 이제 예외가 아니게 됐다”며 “유럽의 다른 극우정당들이 AfD를 자매정당이라고 느낄 것이고 세력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박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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