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은 오토를 납치해 고문했던 테러리스트들이다.”
지난해 1월 관광차 북한을 방문했다가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된 뒤 지난 6월 석방돼 의식불명 상태로 고향으로 돌아왔으나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26일 방송 카메라 앞에 섰다. 이번 인터뷰는 미국과 북한이 ‘선전포고’ 공방을 벌이면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오토의 부모가 아들 사망 이후 언론 인터뷰에 응해 북한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것은 처음이다.
오토의 부모인 프레드와 신디 웜비어 부부는 이날 폭스뉴스 ‘폭스와 프렌즈’에 출연, “북한은 자신들이 피해자라면서 세계가 자신들을 부당하게 괴롭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이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테러리스트들이다”면서 “그들은 오토를 납치했고, 고문했고, 고의로 가해하고 해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부는 “북한의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라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훌륭한 인터뷰였다”며 “그들(북한)이 오토를 납치했고 고문했고 의도적으로 상해를 입혔다. 그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테러리스트”라고 북한을 비난했다.
웜비어 부부는 미국으로 돌아온 아들을 처음 봤을 당시의 참담한 모습과 충격도 전했다. 프레드 웜비어는 “오토가 도착하는 날 우리가 비행기 계단으로 다가갔을 때 도저히 사람의 소리로는 믿기지 않는 거친 울부짖음이 들렸고 처음에는 오토에게서 나는 소리인지 정말 몰랐다”며 “오토는 머리가 빡빡 깎인 채 코에 관을 끼고 의미 없이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으며 근육은 격하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토는 눈과 귀가 멀어버린 상태였다”고 덧붙였다.
프레드 웜비어는 “우리는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고 경악스러웠다”며 북한의 테러지원국 지정을 거듭 촉구했다. 버지니아 주립대 3학년이었던 오토 웜비어는 지난해 1월 북한 관광 중 선전물을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돼 같은 해 3월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17개월간 억류됐다가 지난 6월 13일 전격적으로 석방돼 귀향했지만 엿새 만에 사망했다. 당시 북한은 “고문이나 가해행위는 없었으며, 국내법과 국제적 기준에 따라 다뤘을 뿐”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우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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