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간 개선 등 요구 다양
김영주 고용장관 직접 상담
“노사분규는 예방이 더 중요”
26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광장. 광장에 마련된 테이블에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볼펜을 놓고 자리를 뜨면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바로 그 자리를 다시 채웠다.
서류 작성을 마치고 테이블에서 빠져나오던 류수연(27) 씨는 “공사 현장에서 안전관리자로 근무 중인데, 현장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관리자를 비용 문제를 구실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현장노동청이 개설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전관리자들의 처우를 실질적으로 높이는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찾았다”고 말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노사 중간에서 양측 모두를 위해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겠다고 밝힌 뒤 현장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김 장관은 “지금까지 고용부 전국 지청을 찾아오는 민원인들의 요구 대부분은 사후 조치 요구였으나, 현장노동청에서 접수한 민원은 사전 방지 성격인 것이 많았다”며 “지금까지 접수한 수많은 민원을 해결하면 사후 조치에 급급했던 과거와는 달리 노사분규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장에서는 실제 기업에 유리한 제도 개선 건의도 많이 접수됐다.
고용부는 김 장관의 지시로 지난 12일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도시에 10개의 현장노동청을 설치해 근로자들에게 직접 노동 행정에 대한 진정과 제안을 받고 있다. 김 장관도 지난 12일 서울역에 설치된 현장노동청을 시작으로 광주와 울산·대구·부산·강원·인천 등 모두 8곳을 직접 찾아 근로자들의 고충을 들었다.
김 장관의 현장노동청 아이디어는 ‘적중’했다. 고용부가 문턱을 낮추자 민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지난 25일까지 전국 10개 현장노동청에서 접수한 진정은 2444건, 상담 진행 건수는 2603건에 달했다. 수습 기간 제도 개선, 육아휴직 의무화와 유급기간 확대, 사업장 폐업 시 임금 지급 보장 강화 등 다양한 민원이 현장노동청에 접수됐다. ‘민원실’이었던 현장노동청이 ‘정책 발굴 창구’로 진화했다.
김 장관은 특히 노동계가 주장하는 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노동계의 전향적인 태도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장관은 지난달 민주노총을 방문해 “부당 파업 시 노동자 편을 들지 않겠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참여시키는 한국노총의 ‘노사정 8자 회의’ 제안에 대해서도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로 들어오는 게 우선”이라며 선을 그었다.
현장노동청을 찾은 김 장관에게 직접 민원을 전달하려는 근로자들의 줄은 이날 점심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현장에서 김 장관을 만난 이진희(43) 씨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화를 추진 중이지만, 곧 계약 기간 만료를 앞둔 나 같은 근로자들은 계약 재연장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고용부는 접수한 제안과 민원을 각 소관 부서에서 검토해 결과를 제안자 및 민원인에게 직접 통보하고, 10월 중 현장노동청 성과 보고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김 장관은 “예상보다 많은 민원이 접수돼 현장의 생생한 상황을 접할 수 있었다는 게 이번 현장노동청 운영의 큰 성과”라며 “앞으로도 현장에서 더 많은 국민을 만나겠다”고 다짐했다.
글·사진 =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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