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선 시인 ‘시로 만난 별들’
황정순부터 소녀시대까지
영화·방송·가요계 40명 다뤄
대중문화를 빛낸 인물과 문학을 결합한 이질적이면서도 신선한 시도가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일간지 기자이자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재선이 펴낸 ‘시로 만난 별들’(도서출판 작가)이다. 부제는 ‘그대가 반짝일 때 나도 환했다’.
한국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스타 40명의 이야기를 3부에 걸쳐 총 40편의 시와 에세이로 담았다. 스타에 관한 시를 짓고, 그다음에 ‘프로필 에세이’로 생애와 활동을 조망했다.
40명의 면면은 폭넓고 화려하다. 별세한 배우인 황정순을 비롯해 최은희·패티김·김지미·최불암·조영남·조용필·안성기를 아우르고 송강호·엄정화·김윤진·하지원·전지현·소녀시대를 포함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활동한 세대부터 현재 맹활약 중인 20∼30대의 젊은 배우와 아이돌까지 시대와 장르를 초월한다.
1부의 맨 앞을 장식한 황정순은 한국 영화의 초창기를 이끈 배우다. 그가 2014년 타계하기 두 해 전 했던 말이 운문으로 실려 있다. “팔십칠 년의 생애 동안/ 남은 것은/ 아쉬움이지요/ 왜 그 때 더 잘하지 못했을까//(…)// 당부하나니/ 지금 옆 사람에게 잘하세요/ 그렇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아요.” 저자가 황정순을 만난 건 2012년 2월 원로배우들의 친목모임인 ‘신우회’에서다. 이 자리에서의 대화가 사실상 황정순의 마지막 언론 인터뷰가 됐다.
가수로서 각종 1호 기록을 세운 패티김의 고독, 공부를 잘했던 배우 신구가 평생 연기자로 살게 된 사연, 할리우드의 전설적 여배우 리즈 테일러와 비교되기를 거부했던 배우 김지미의 자존심 등이 소개된다. ‘국민배우’ 최불암이 술자리의 취기 속에서도 참석자들의 신발을 정리하는 모습은 그의 인간적 면모를 엿보게 한다.
세대를 뛰어넘어 걸그룹 소녀시대에겐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시를 썼다. “파리의 베르시 스타디움/ 2만 객석이 꽉 찼던 것을/ 기억한다./(…)//그 후로 오 년,/ 세계를 다 밟지 못한 채/ 그대들의 소녀시대가 끝났어도/ 고개를 떨구지 않고 또 다른 미래를 응시했다.” 2012년 K-팝 파리 공연에서의 만남을 추억한 것이다.
대중적 스타를 순수문학 장르인 시 형식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각 스타의 삶과 문화적 가치를 정리한 에세이도 흥미롭다.
정호승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이 시대의 문화와 더불어 호흡하고 있다는 공감을 행복하게 나누기를 바란다”며 “내 옆에서 누군가 반짝일 때, 내 일상도 환해진다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화 영역을 오랫동안 취재했던 기자로서, 대중문화 스타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돋보인다. 그들도 명성을 얻는 스타이기 전에 삶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한 사람이라는 점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펼쳐낸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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