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회평 논설위원

노무현 정부가 2003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으로 전교조와 대립했을 때 약칭을 두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교육부는 좋은 취지의 정책임을 부각해 ‘나이스’로, 전교조는 에이즈를 연상시키는 ‘네이즈’로 달리 호명했다. 이명박 정부가 2010년 타임오프제를 다루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가동했을 때도 기발한 약칭이 등장했다. 노동부는 노조 전임자의 방만한 행태를 은근히 꼬집는 ‘근면위’를, 노동계는 공연히 골치 아픈 이슈로 우려를 키운다는 ‘근심위’를 고집했다. 약칭이 때론 풀네임보다 명확하게, 미묘한 뉘앙스까지 담아낸다.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바뀐 것이 2010년 7월이다. 1948년 사회부 내 노동국으로 출발해 1963년 노동청이 됐고, 1981년 노동부로 승격한 후 29년 만에 간판을 바꿔 단 것이다. 이때도 약칭이 논란이 됐다. ‘고용’을 삽입한 이명박 정부가 ‘고용부’로 줄일 것은 예상됐지만, 노동계는 노동 천시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고된 노동이란 뜻의 고노부(苦勞部)로 부르겠다고도 했다.

고용과 노동은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다. 고용은 노동을 전제로 하고, 노동 또한 고용의 소산이다. 다만,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정책의 틀이 달라진다. 노동부가 사회부처에 가까웠다면, 고용부는 경제부처 성격을 띤다. 일자리 문제는 거시경제·산업 정책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과거 노동부는 주로 현직 근로자의 권익과 노사관계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 대목이 강조되면 청년 구직자, 실업자 등 장외(場外) 근로자의 기회는 줄어든다. 고용과 노동이 길항하는 부분이다.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일하는 사람’의 권익을 대변한다며 약칭을 노동부로 바꾸겠다고 했다. 낙마한 그를 대신한 김영주 장관은 ‘고용부’를 유지하곤 있지만, 정책·인사 행보는 ‘노동부’ 수장의 면모가 역력하다. 법적 용어인 근로자 대신 노동자로 부르는 최초의 장관이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명령, ‘양대 지침’ 폐기는 이전 고용부에선 상상 못 할 일이다. 최저임금·정규직화·통상임금 폭탄을 맞은 기업들은 사람 뽑기를 기피하고 있다. 고용부나 노동부, 근로자나 노동자 중 어떻게 부르든 사안의 본질은 아니다. 하지만 ‘도로 노동부’의 정책이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 곧 일자리 창출과 역행한다면 심각한 자기모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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