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부 ‘토양환경조사’자료

질환 유발하는 벤젠 등 검출
환경부는 정화명령 권한 없어
“반쪽행정… 法개정 검토해야”


철도와 군사시설이 있는 국가부지의 토양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을 오염시킨 유해물질은 지하수로 유입돼 부대 내 군인과 인근 주민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특히 현행법이 오염 정화조치를 최장 4년까지 미룰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2차 오염을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자유한국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가부지 토양환경조사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토양환경조사가 이뤄진 64곳의 군사시설 가운데 92.2%인 59곳에서 토양오염이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군부대가 몰려 있는 강원이 21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기(19곳)·전남(7곳) 등의 순이었다.

지난해 적발된 강원 홍천군 한 수송대대의 경우 전체면적의 67%(4162㎡)가 오염됐는데, 지하수에서는 빈혈·백내장·피부질환을 유발하는 ‘총석유계 탄화수소’(TPH)가 검출됐다. 2015년에는 경기 연천군의 한 보수대대 지하수에서 TPH를 비롯해 ‘벤젠’(백혈병·골수종 유발), ‘톨루엔’(위장기능 장애·어지럼증 유발), ‘에틸벤젠’(중추신경 계통 기능 저하) 등이 검출되기도 했다. 모두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로, 등유 등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토양을 오염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철도 시설 부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철도시설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총 10곳에서 조사가 진행됐는데, 10곳 모두에서 토양오염(지하수 5곳)이 확인됐다. 토양오염은 서울·경기·경북(각각 2곳)이 가장 많았다. 경기 의왕시의 한 차량사업소에서는 전체면적의 48.4%(2028㎡)가 오염돼 지하수에서는 벤젠과 함께 골수장애를 유발하는 ‘자일렌’도 검출됐다.

토양오염이 지하수 오염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화조치를 최대 4년까지 연장할 수 있게 한 현행 ‘토양환경 보전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이 법에 따르면 정화책임자는 2년 범위 안에서 정화 이행 기간을 정해야 하고, 부득이하게 이행하지 못하면 매회 1년의 범위 안에서 2회까지 이행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조사권한’만 있을 뿐, ‘정화명령’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갖고 있어 ‘반쪽 행정’이라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문 의원은 “환경부는 법에 따라 조사만 하고 끝낼 것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직접 챙긴다는 각오로 현행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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