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 채널을 열어뒀다며 국면전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북한이 아직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는 데 관심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등 외신이 1일 보도했다. 북한이 진지하게 협상에 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양보보다는 압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핵 보유력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미국과 외교적으로 협상 국면에서 도발을 줄이는 경향이 있지만, 핵 능력을 체제보장의 중요한 수단으로 보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런 선택을 할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일본이 북한과 대화보다는 압박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도 북·미 관계의 해빙을 어렵게 한다. 아베 총리는 최근 NYT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더 이상의 대화는 막다른 길”이라는 기고를 한 바 있다. 이 같이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압박 구호를 높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과 접촉을 한다는 소식은 아베 정권 반대파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道下德成)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교수는 “야당 의원들이 ‘봐라, (북한을)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일본을 뒤에 남겨놓고 떠나고 있다’고 지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말의 북·미 대화 가능성도 존재한다. NYT는 내년 봄까지 한·미 합동군사 훈련이 예정돼 있지 않은 만큼 북한에 군사훈련 규모 축소 제안을 협상 조건으로 제시하는 방안을 고려할만하다고 제안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에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대가로 한·미가 합동 군사 훈련을 중단하는 ‘쌍중단’과 같은 맥락의 제안이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의 이같은 제안을 거절하긴 했지만, 규모에 관해서라는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동결을 위한 동결을 거절했다고 해서 미국이 합동 군사 훈련 규모를 축소하거나 수정할 여지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북미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석방 과정에 관여했던 스웨덴이 ‘피스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스웨덴 국제문제연구소의 울브 한센은 로이터통신에 “스웨덴은 북한에 수감된 미국인 석방 문제를 포함해 그러한 일을 수차례 해왔다”고 말했다. 와일더 전 보좌관도 “틸러슨이 언급한 세 가지 채널은 뉴욕채널과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등을 지칭할 수 있다”며 스웨덴의 역할론에 무게를 실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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