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을 통해 성과를 나누고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성과공유로 협력업체와 함께 성공을 일군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아이치현 쓰쓰미 공장 프리우스 조립 공정 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은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상생을 통해 성과를 나누고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성과공유로 협력업체와 함께 성공을 일군 일본 토요타자동차의 아이치현 쓰쓰미 공장 프리우스 조립 공정 라인에서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3부, 대기업도 동반자… 남은 과제들 - ① 외국의 상생 사례

토요타, 수익 일부 中企와 나눠
인텔, 각국 업체와 기술 개발도

佛 르노, 우수업체 발굴·보상
파트너십 구축 우수성 알려

네슬레, 원유공급지 개선 사업
생산성 향상·점유율 확보 성과


작고 연약한 물고기인 ‘흰동가리’와 포식자 ‘말미잘’은 서로 어울려 보이지 않지만 ‘찰떡궁합’으로 꼽힌다. 손가락 크기에 불과한 흰동가리는 말미잘의 촉수 속에 숨어 생존을 보장받는다. 흰동가리는 촉수 속으로 숨는 과정에서 스스로 미끼가 돼 말미잘이 먹을 만한 물고기를 유혹해 온다. 바위에 붙어 움직이지 못하는 말미잘은 흰동가리 덕분에 배부르게 식사를 할 수 있다. 흰동가리와 말미잘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관계이지만 말미잘의 독을 품은 촉수는 흰동가리에게도 향한다. 그러나 흰동가리는 오랜 세월에 걸쳐 말미잘의 독에 면역력을 갖도록 진화를 거듭해 왔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흰동가리와 말미잘의 공생처럼 건전한 경쟁·협력 관계를 확립해야만 국가 경제는 물론, 장기적 차원에서 양측의 존립도 가능해진다는 지적이다. 양측의 상생을 통한 건강한 경제 생태계 마련이 곧 기업을 살리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길이라는 의미다. 외국의 성공한 사례를 점검하고 정부 정책을 되돌아보면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양측의 바람직한 관계 정립 방향을 점검해 본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직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킨 이유는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 중소기업에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 일자리의 88%를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에 있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상생협력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이유다.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를 겪은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대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중소 협력업체와 상생하는 동반성장 문화를 정립해 왔다. 모범적인 상생협력 사례로 꼽히는 외국 대기업 사례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협력업체와 성과공유로 동반성장한 일본 토요타는 지난 1959년 성과공유제를 도입했다. 성과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원가절감, 품질 개선, 생산성 향상 등을 추진하고 성과를 내면 이를 사전에 계약한 대로 나누는 제도다. 2000년대 초반 30% 원가 절감을 추진하는 ‘CCC 21’ 운동을 펼치면서 부품업체에 원가절감으로 얻은 수익을 돌려준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품업체의 개방적인 거래 관계를 인정해 해당 업체의 대형화·전문화를 이끈 점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의 자동차 기업 르노 역시 동반성장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르노는 사회적 책임구매 실현을 통한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주요 과제로 추진, 우수 협력업체를 발굴·보상해 신뢰를 기반으로 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지난 2006년에는 ‘사회적 책임구매’를 추진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르노는 제품의 안전성과 질적 강화, 근로조건 준수, 친환경 경영, 지적재산권 보호, 주주·소비자들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등 5개 부문에 대한 지침을 수립해 협력업체들에 공지하고 이를 최대한 준수하도록 유도했다. 르노는 또 매년 우수 협력업체를 선정해 이들을 보상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우수성을 알리고 동반자 관계 구축의 기회로 활용했다.

미국의 유명한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유망 중소기업에 투자해 동반성장한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인텔은 1991년 자체적인 투자 조직인 ‘인텔 캐피털’을 출범시켜 중소기업과 전략적인 관계를 맺어 왔다. 인텔은 ‘인텔 캐피털’을 통해 지금까지 1000개 이상의 모바일, 인터넷, 가전, 사무자동화,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중소 기술기업에 투자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는 2011년 휴대성을 강화한 노트북 ‘울트라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성한 3억 달러 규모의 ‘울트라북 펀드’다. 인텔은 울트라북에 최적화된 부품과 소프트웨어를 함께 만들고 기술 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세계 각국의 울트라북 관련 업체에 투자했다.

스위스의 식품기업 네슬레는 동반성장의 핵심 요소로 꼽히는 ‘공유가치 창출’ 실현에 가장 적극적인 업체 중 하나다. 네슬레는 인도 모가 지역에서 50년 넘게 우유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이곳은 원래 관개시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송아지 사망률이 60%에 달하는 등 열악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네슬레가 우유 원유 공급지의 관개시설과 위생 상태를 개선하고 젖소 관리 기술을 전수하자 환경이 개선돼 젖소의 우유 생산성이 50% 증가하고 원유 공급 농가도 400배 이상으로 늘었다. 인도 현지에서 네슬레 제품 소비도 증가해 네슬레가 인도 시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들 선진국 기업의 사례에서 보듯, 대기업이 먼저 상생협력을 위해 손을 내밀고 중소기업 또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등 보조를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대기업이 먼저 협력업체 근로자의 임금과 복지 등 처우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중소기업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 또한 상생 활동을 펼치는 기업을 위해 세제 개편을 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을 역임한 김문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구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은 혁신 벤처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하는데, 우리나라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과 인력을 헐값에 빼가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며 “우수한 중소기업의 기술과 인력에 제값을 지불하는 문화만 만들어져도 진정한 상생협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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