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유효법인세율’ 분석

내년 최고법인세율 3%P인상땐
삼성전자 24%…인텔보다 높아
LG화학도 경쟁업체와 큰 차이

평균유효세율 1.0%P 인상땐
총자산대비 투자 1.3%P 줄어
기업 66.7%“투자 세제지원을”


내년부터 우리나라 정부가 법인세율을 인상하면 전자·화학 등 주력 산업의 세 부담은 글로벌 경쟁 기업을 누르고 동종 업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대대적인 감세 방안을 실행에 옮기면 세 부담 격차는 훨씬 커져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악화하고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경제연구원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의 유효 법인세율(법인세 납부액을 차감 전 이익으로 나눈 후 100을 곱한 수치)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LG화학 등의 법인세 부담은 미국 인텔, 다우 등 글로벌 경쟁 기업을 압도할 전망이다.

전자 업종만 보면 현재 인텔이 22.4%(미국)로 가장 높고 삼성전자(20.1%)와 애플(17.2%·미국), 퀄컴(16.6%·〃), TSMC(9.8%·대만)가 뒤를 따르지만, 국내의 법인세 최고세율이 정부 안대로 내년부터 25%로 3%포인트 인상되면 삼성전자는 24% 안팎으로 올라 인텔을 능가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0%로 낮추면 삼성전자와 인텔의 법인세 부담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질 수밖에 없다.

화학 업종도 마찬가지다. LG화학은 25.1%로 다우(24.7%·미국), 토레이(22.9%·일본), BASF(21.5%·독일), 포모사(5.2%·대만) 등 경쟁 기업을 약간 웃도나 내년부터 훨씬 높아질 전망이다.

홍성일 한경연 경제정책팀장은 “명목세율이 낮은데도 국내 기업의 유효세율이 높은 이유는 미국 등의 기업은 해외 자회사를 통한 조세 피난으로 법인세 절감 효과를 얻기 때문”이라면서 “삼성전자만 해도 명목세율 대비 유효세율 비중이 83.1%에 달하지만 애플은 44.2%, 인텔은 57.6%, 퀄컴은 42.7%, TSMC는 57.6%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홍 팀장은 이어 “정부와 여당은 최고세율 인상 적용 대상엔 130개 기업밖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은 모두 세계시장에서 거대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면서 “우리만 법인세를 인상하면 주력 산업의 국제 경쟁력이 약화하고 세계적 기업의 투자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경연이 최근 SK와 CJ·롯데·대한항공 등 24개 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에 따르면 가장 필요한 세제 지원 정책으로 전체 응답 기업의 66.7%가 ‘투자’를 꼽았다. 이어 ‘상생협력 관련 세제’(16.7%), ‘연구개발 지원 세제’(8.3%) 순으로 답변했다. 기업들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정부의 ‘세법 개정안’ 중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이월결손금 공제 한도 축소(33.3%)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29.2%)을 꼽았다.

또 한경연이 1986~2012년 국내 비금융업 상장사를 대상으로 법인세 부담이 기업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법인세 평균 유효세율이 1%포인트 인상되면 기업의 총자산 대비 투자는 1.3%포인트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세율에 따른 투자 증감은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크게 나타났다. 대기업은 평균 유효세율이 1.0%포인트 오르면 총자산 대비 투자는 2.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계 관계자는 “세율을 높이면 원가 부담은 커지고 가격 경쟁력이 약해져 이익 자체가 줄어버리는데 결국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고용을 위한 증세를 표방했지만 결국 고용시장과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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