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나간 시간 돌아보니 행복
원하는 것 다 해봐 후회없어
2세·후배양성 등 새 삶 계획
‘국내 최초의 현역 수석무용수 부부’이자 ‘유니버설발레단(UBC)의 간판 스타’인 황혜민(39)·엄재용(38) 부부를 11월 무대를 끝으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이들 부부는 11월 24∼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는 드라마발레 ‘오네긴’을 마친 후 은퇴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발레팬들의 아쉬움 속에서도 이들은 “최고의 자리에 있을 때 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었다”며 2세 준비 등 은퇴 후 새로운 삶을 꾸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민은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관객에게서 ‘저 사람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나’란 소리가 나오기 전에 그만두고 싶었다. 충분히 제가 원하는 걸 다 한 뒤에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이기 때문에 후회가 없을 것 같다”면서 “그렇지만 은퇴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니 마음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직접 준비해온 손편지를 읽던 황혜민은 “15년의 세월을 되돌아보니 저는 참 행복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화려한 무대 위에 서기 위한 자신과의 싸움은 언제나 고독했다”며 눈물을 비치기도 했다. 이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분들께 보답하고자 그 어느 때보다 감동적인 (고별)무대를 소중히 올리겠다”며 “은퇴 후 일단은 조금 쉬고 싶고 2세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엄재용은 아내와 달리 UBC 생활은 마무리하지만 일본 등지에서 소규모 공연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은퇴가 다가오면서 조급함과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 주부터 오네긴 준비를 시작하며 마음이 담담해지고 편안해졌다”며 “관객들이 작품을 봤을 때 불현듯 ‘이 작품은 엄재용·황혜민이 잘 했는데’라고 떠올릴 수 있도록 기억 한 구석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은퇴 후 발레 안무를 짜거나 후배 양성을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각각 2002년과 2000년에 UBC에 입단한 황혜민·엄재용은 2004년 ‘라 바야데르’에서 처음으로 전막 공연 호흡을 맞춘 후 1000회가량 국내외 무대에서 공연했다. 선화예술중·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처음 인연을 맺은 이들은 이후 동료로, 연인으로 발전했다 2012년 최초의 현역 수석무용수 부부가 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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