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 탓
이스라엘 총리 “美 탈퇴 환영”
前정부땐 이란 核문제로 갈등
미국이 이스라엘 입장을 두둔,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좀 더 밀접해진 미국·이스라엘 간 관계가 재확인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이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 탈퇴를 선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우방이었으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이란 핵 합의로 인해 한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이란에 적대적인 모습을 보임에 따라 두 나라 관계가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는 상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12일 유네스코가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보인다며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하자 이스라엘 정부도 즉각 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 입장을 환영한다. 유네스코는 어리석은 극장이 돼 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은 용감하고 도덕적인 결정이다. 유네스코는 역사를 보존하는 대신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는 1945년 2차대전 종전 직후 세계 평화에 대한 열망에 따라 설립된 유엔의 교육·문화 부문 산하 기구다.
하지만 인류 평화 증진과 보편가치 제고라는 목표와 달리 유네스코는 최근 몇 년간 각국이 자국 중심의 역사 해석과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세계유산 선정을 놓고 반목을 벌이는 바람에 외교 전쟁터로 변질된 게 사실이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총 1073개 등재돼 있다. 자연유산에 관해서는 국가 간 이견이 별로 없는 편이지만 문화유산에선 각 나라의 입장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가령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역의 한이 서린 일본 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도 한국과 일본 간 입장이 뚜렷이 갈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갈등은 유네스코의 큰 난제 중 하나였다.
유네스코는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교와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고 지난 7월엔 요르단 강 서안지구(팔레스타인 자치지역)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했다. 예루살렘과 헤브론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성지다. 이는 팔레스타인에도 마찬가지다. 헤브론 구시가지에는 족장들의 무덤(막벨라굴·사진)이 있는데 이곳에는 유대 민족의 조상인 아브라함, 사라, 이삭, 리브가, 야곱, 레아 등 6명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이슬람교도들도 이들을 그들의 조상으로 섬기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는 상태다. 족장들의 무덤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20세기 내내 상호 살육이 끊이질 않았다. 유네스코의 세계유산 등재 결정은 오히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을 재점화하는 역할을 했다. 지난 7월 14일 족장들의 무덤 인근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이스라엘 경찰 2명과 팔레스타인 젊은이 3명이 사망했다.
한편 각국은 시대적 상황과 집권 세력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유네스코의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해왔고 미국 역시 탈퇴했다가 재가입한 바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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