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법정에 나와 처음으로 ‘국정농단’ 탄핵 및 재판과 관련된 소회를 밝혔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의 1차 구속 만기일이었으나 지난 13일 재판부의 추가 구속 영장 발부로 최장 6개월 동안 더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이와 관련, 박 전 대통령은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이라면서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는 의미 없다”고 밝혔고, 변호인들은 전원 사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사·재판과정에서 제기된 모든 의혹도 부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사건의 역사적 멍에와 책임은 제가 지고 가겠다”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묻고 저로 인해 법정에 선 공직자와 기업인에게 관용이 있길 바란다”고도 밝혔다.

이미 1심 재판이 막바지 단계여서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법률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기 어렵다. 그러나 보수 야당 통합과 여야의 과거 청산 경쟁 등 정치적으로는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지않아도 여러 대(代)를 거슬러 올라가며 상대 정권 비위 들추기 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급기야 전직 대통령 및 일가 등에 대한 재수사까지 공개·공식적으로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5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행적에 대한 전면 재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세월호특별조사위 2기 출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 “죄를 지었으면 법적 책임을 지우는 것이 사법 정의”라면서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 씨, 딸 정연 씨, 조카사위 연철호 씨, 그리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전 대통령의 ‘모두 내 탓’ 발언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법적 판단은 이에 구애받지 않고 엄정히 내려져야 한다. 그러나 심각한 과거 회귀 수렁에 빠져 있는 여야는 정치 보복의 악순환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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