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부산 해운대구 한 극장에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후 주연배우 공효진·엄지원과 함께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위 왼쪽). 개막작 ‘유리정원’의 주연 배우 문근영과 신수원 감독이 12일 열린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 13일에는 비프빌리지에서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감독으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문소리가 대담을 펼쳤다(아래).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부산 해운대구 한 극장에서 영화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한 후 주연배우 공효진·엄지원과 함께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위 왼쪽). 개막작 ‘유리정원’의 주연 배우 문근영과 신수원 감독이 12일 열린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른쪽). 13일에는 비프빌리지에서 일본 배우 나카야마 미호와 감독으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배우 문소리가 대담을 펼쳤다(아래). 연합뉴스
■ 여배우 氣살리기… 강수연 女집행위원장

“韓주류영화서 女캐릭터 소외
여성중심 작품 선정 공들여”

문소리-나카야마 미호 대담
韓·日 대표배우 만남도 주목

文대통령 관람 화제 ‘미씽’도
여성감독 연출한 여성이야기


부산국제영화제 첫 여성 집행위원장인 강수연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여는 영화제가 여성과 여배우에게 집중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제22회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유리정원’은 독특한 스타일의 작품으로 칸·베를린 등 유수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온 여성 연출자 신수원 감독의 작품이다. 문근영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 혈액으로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연구에 몰두하는 여성 과학도가 사랑하던 교수에게 연구 성과를 빼앗긴 후 세상으로부터 고립된 채 혼자만의 연구에 몰두하는 내용을 그렸다. 또 오는 21일 폐막작으로 상영될 ‘상애상친’도 배우 출신 대만 여성 감독 실비아 창이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세 여성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영화는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부산영화제 개·폐막작이 모두 여성 감독 작품으로 선정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갈라 프레젠테이션과 한국 영화의 오늘 파노라마·비전 부문 등에도 다양한 여성 감독의 작품이 포진했다. 이에 대해 남동철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한국 주류 영화 중에는 여성 중심 영화가 적고, 대부분 남자 이야기”라며 “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여성 중심 영화 중 수작이 많다는 걸 선보이고 싶었다.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를 고르다 보니 여성 감독들의 작품이 많이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배우로 살아온 강 집행위원장이 올해 영화제를 마치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이번 영화제의 초청 방향이 더욱 주목된다.

13일에는 한·일 대표 여배우들이 대담을 펼쳤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 비프빌리지에서 열린 ‘여배우, 여배우를 만나다’ 오픈 토크 행사에는 한국 여배우 문소리와 ‘러브레터’로 국내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 여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참석했다. 문소리는 대학원에 다니며 만든 3편의 단편을 엮은 ‘여배우는 오늘도’의 감독 자격으로 부산에 왔고, 나카야마 미호는 정재은 감독의 신작 ‘나비잠’에 출연했다. 문소리는 “영화 공부를 하면서 여성의 배역이 정치적·경제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 돼 있는 등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영화판 자체가 건강하고 힘을 가져야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나카야마 미호도 “나이 들수록 역할이 줄어드는 걸 느낀다”며 “그게 시대 때문인지, 사회 시스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와 함께 깊이를 더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한목소리로 ‘여배우’로 불리는 것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문소리는 “예전에 한 시상식 사회자가 ‘여배우는 영화의 꽃, 꽃인 문소리를 소개한다’며 나를 부른 적이 있는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꽃이 될 수도 있겠지만 줄기도 되고 뿌리도 되고, 거름이 돼야 하면 거름도 될 수 있다. 여배우가 한국 영화계의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나카야마 미호는 “일본에서는 여배우를 ‘여우’라고 한다”며 “‘우 자는 빼어나다는 뜻의 한자로, ‘빼어난 여성’이라는 뜻일 텐데 그렇게 부르는 게 싫다. 연기하면서 여자라고 생각하며 연기하지 않았듯 ‘여배우’보다는 그냥 ‘배우’로 불리는 게 좋다”고 바람을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화제에 와 여성의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를 본 것도 관심을 모았다. 문 대통령은 15일 영화의전당 인근 한 극장에서 ‘미씽:사라진 여자’를 관람했다. 여성인 이언희 감독이 연출하고 공효진·엄지원이 주연으로 나선 이 영화는 이혼 후 딸을 키우며 워킹맘으로 고단하게 살아가는 여자가 딸을 데리고 사라진 조선족 보모의 행적을 추적하며 한국 사회의 부조리와 마주하는 내용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이 감독, 두 주연 배우 등과 만나 “두 여성이 가해자와 피해자이기도 한 관계이면서 동시에 똑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사라진 여자’라는 제목도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있다는 이중적인 뜻이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감독은 1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나와 두 배우가 원했던 지점을 정확하게 봐주셔서 정말 좋았다”며 “1년 전 개봉해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고, 지금까지 상황이 안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다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어서 좋았다. 나와 두 배우가 따로 남아 많은 얘기를 나누며 기뻐했다”고 말했다.

부산 =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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