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화백의 ‘설악 1701’(71×145.5㎝)과 ‘고두심 씨’(50×60.6㎝). 사실적이면서도 정감 넘치는 한국적 미감이 풍경화와 초상화에 모두 담겨 있다.  노화랑 제공
이원희 화백의 ‘설악 1701’(71×145.5㎝)과 ‘고두심 씨’(50×60.6㎝). 사실적이면서도 정감 넘치는 한국적 미감이 풍경화와 초상화에 모두 담겨 있다. 노화랑 제공
이원희 개인전 내달 4일까지

초상화와 풍경화는 미술사에서 다른 장르로 통한다. 따라서 한 작가가 초상화와 풍경화를 동시에 잘 그리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원희 화백은 두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화단에서 각 장르의 대표작가로 통한다.

이원희 화백의 초상화와 풍경화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이색적인 전시가 18일부터 11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린다. 풍경화는 화랑의 1층, 초상화는 2층에 각각 전시된다.

우선 풍경화부터 보자. 풍경화는 주로 설악산이 소재다. 이 화백은 눈 덮인 산과 바위를 웅장하게 표현하기보다는 지극히 한국적인 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악산을 그렸다.

사실 풍경화 분야에서는 ‘일가를 이룬 작가’라는 평이 진부할 정도로 아주 오랫동안 그는 풍경화를 그려 왔다. 낮은 지면에 황토밭이 있고 멀리 원두막이 있는 풍경 혹은 마을 어귀에서 본 마을 전경 등 점점 잊어지고 사라져 가는 시골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냈다. 우리가 흔히 경치 좋은 곳을 ‘그림 같다’라고 말할 때 느끼는 감정이 고스란히 캔버스에 녹아 있다.

그러면 초상화는 어떨까. 초상화는 어쩌면 풍경화보다 더 이 화백을 세간에 알린 장르일지 모른다. 역대 대통령의 초상화를 비롯해 많은 유명인을 그리고 발표했다. 사실 초상화 역시 인물의 마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풍경화와 다르지 않다.

전혀 다른 소재로 여겨지는 인물과 풍경 모두 세간의 높은 평을 받을 정도로 능숙하게 그려내기까지 그는 오랜 기간 공력을 쏟아 왔다. 대구 계명대 서양학과 교수로 1997년부터 후학들을 가르치면서도 매년 여름 러시아의 ‘일리야 레핀 스쿨’에 연수를 다녔다. 유화의 전통기법을 배우고 습득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그리고 올해 초 정년을 5년 앞두고 아예 작업에 몰두하기 위해 20년간 몸담았던 교직을 떠났다.

미술사학자인 이태호 명지대 초빙교수는 “이원희 화백은 동일한 유화물감, 동일한 붓으로 인물초상화와 풍경화의 다른 질감을 모두 소화해낸 작가”라며 “인간의 표상인 얼굴과 자연의 일부인 대지를 같은 물감, 한 붓으로 각각의 실재감 나는 아우라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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