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지, 무제, 백자토&유백유, 35×35×40㎝, 2017.
황현지, 무제, 백자토&유백유, 35×35×40㎝, 2017.
명분과 실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치욕의 역사를 다룬 영화 ‘남한산성’ 덕분이지만 시절 탓도 있다. 새 정권 초기마다 득세하는 명분론 때문이다. 단골 메뉴는 역시 개혁이다. 이번에는 적폐청산이란 명분까지 더해 ‘동어 반복’ 중이다. 명분은 달콤하고 통쾌하지만 실리는 쓰고도 냉혹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의 명분 획득은 얼마나 쓰라린 실리를 우리에게 안겨줄지 궁금하다.

명분론과 실리론은 예술에서도 통한다. 이념, 개념 같은 것이 강한 예술은 명분에 충실하다. 감성, 감각의 효용성에 눈 맞추는 예술은 실리적이다. 두 가지에 적절히 무게를 맞추는 예술도 있다. ‘도조(陶彫)’가 그렇다. 조소와 도자의 경계에 있는 예술이다.

황현지의 도조는 공간의 생각을 다루는 조형성과 일상 기물(조명이나 꽃병)의 실용성을 같이 보여준다. 명분과 실리를 고루 취하는 예술적 지혜다.

전준엽 화가·미술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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