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1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개막됐다. 이번 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1기 집권 기간인 지난 5년을 평가하고, 최소 5년인 2기 집권 기간을 여는 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물론 세계의 시선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의 성적표는 겉으로는 화려하다. 그는 내재된 민주화 바람을 진정시켰고, 암처럼 퍼진 비리와 부패를 일소해 나갔다. 무엇보다 인공섬을 구축해 남중국해를 내해로 만들고 항공모함 건조를 통해 군사력을 키워 미국과 패권을 다툴 수 있는 제국의 기틀을 닦았다.
시 주석이 중국민들에게 심어준 것은 단지 ‘떠오르는 중국’의 위상이 아니라 ‘중국이 가는 길’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베이징에서는 벌써부터 마오쩌둥-덩샤오핑-시진핑은 동급이라는 소리까지 흘러나온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 16일 “마오는 중국민을 외세의 침공에서 지켰고, 덩은 중국민을 가난에서 해방시켰으며, 시는 중국민에게 정치·경제적 시스템에 대한 확신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방식은 다르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 주석과 닮은꼴인 측면을 갖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가치의 중심에는 미국이 놓여 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이민자 추방정책을 펼치고 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으며, 이란 핵협정을 불인증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역설하고 있다. 지독하고도 집요한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의 전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북한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미국을 위해, 전 세계를 위해서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혹한 피해가 예상되는 군사옵션이라도 정의라고 여겨지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취지다.
자국을 세계의 중심, 이익의 정점에 놓는 둘의 세계관은 필연적으로 대립한다. 핵미사일 실전배치 임박 단계인 북한은 입에 쓰지만 뱉을 수 없는 중국과 고통스럽더라도 곪은 종기를 도려낼 수밖에 없는 미국 사이의 지정학적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2년 가까이 북핵 해법을 놓고 대화와 협상에서부터 선제타격과 예방전쟁, 정권 교체, 미·중 빅딜론까지 무수한 논의가 쏟아졌지만 명확한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3대 세습체제의 인권탄압 국가인 북한은 세계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다른 국가를 상대로 그렇게 노골적으로 핵공격 위협을 가한 나라도 없었다.
미·중이 충돌하는 세계에서 오는 11월 7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논의하는 자리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해법에 대한 한국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흘 뒤인 10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기간에는 한·중 정상의 만남 기회도 마련된다. 시 주석 역시 한국의 길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헤겔은 역사를 보편적인 ‘이성의 간지(奸智)’에 의한 목적의 실현과정이라고 바라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사적인 대화와 평화의 외침을 뛰어넘어 미국과 중국의 이익과 이해를 묶어 세울 통일 한반도의 미래를 제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을 설득해야 한다. 난제지만 한국이 가야 할 길이다.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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