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강원도 철원에서 총기 사고로 사망한 이모 상병의 사인이 도비탄(跳飛彈) 아닌 유탄(流彈)으로 확인됐을 때, 온 국민이 분노했다. 군의 상습적인 은폐 시도와 군 사격장의 안전 시스템 결여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이 상병의 아버지는 “빗나간 탄환을 쏜 병사를 밝히지 말아 달라”면서 “그 병사도 나처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어떤 부모의 자식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숭고한 정신은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이런 이 상병 유가족에게 구본무 LG 회장이 “그분의 깊은 배려심과 의로운 마음을 함께 생각했으면 좋겠다”면서 사재(私財)에서 1억 원을 전달하기로 했다고 한다. 다른 병사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린 유가족과, 그런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구 회장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선, 아름다운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더 중요한 것은 묵묵히 헌신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다. 한국 사회엔 떼쓰고 악써야 대접을 받고, 가만히 있으면 손해보는 그릇된 풍조가 만연해 있다. 이래선 사회 발전은커녕, 질서 유지도 힘들다.

LG그룹은 의인(義人)이나 유족에게 위로금을 전달한 사례가 많다. 2015년 지뢰 폭발로 다리 잃은 두 병사에게 5억 원씩, 2014년 소방헬기 추락으로 순직한 소방관 5명 유족에게 각각 1억 원씩 전달했다. 김상철 한글과컴퓨터그룹 회장도 17일 지난달 강릉 석란정 화재 진압중 순직한 2명의 소방관 유족을 위해 1억 원을 기탁했다. ‘떼법’이 판치는 나라가 아니라 배려와 품격이 이기는 사회로 가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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