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범 前 노조위원장 쓴소리

“노조가 사사건건 경영에 개입
나라도 해외에 공장설립 할 것”
퇴직 앞두고 38년 경험 술회


“현대자동차의 임금과 복지 수준이 다른 회사에 비해 못한 것도 아닌데, (노조는)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연례적인 파업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과 창출을 위한 협력을 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현대차는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현대자동차 2대 노조위원장이자 노조 창립을 주도한 1세대 노동운동가 이상범(문화감성교육팀 기술주임·60·사진) 씨가 1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후배들에게 쓴소리를 던져 회사 안팎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퇴직을 2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38년간 몸담았던 현대차의 지속발전을 염원하는 충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이 씨는 “일부 국민이나 협력업체 등에선 현대차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하는데, 이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1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으면 그에 걸맞게 생산성과 품질향상에 노력해야 했는데, 실상은 어땠는지 성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과급으로 1800만∼2000만 원 정도를 받아왔는데, 실제 퇴직지원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퇴직 후에는 현대차 성과급만큼의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재취업 자리를 구하기도 힘든 게 지금의 현실이더라”며 “이 회사가 얼마나 좋은 직장이고, 고마운 직장인지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의 이 같은 심경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blog.daum.net/jilgoji)에 올린 2015년 전·현직 노조위원장 해외공장 방문 ‘견학 보고서’에도 잘 드러난다. 그는 2015년 2월 전·현직 노조위원장 5명과 중국, 러시아, 독일 등의 해외자동차 공장을 둘러봤다.

그는 이 보고서에서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차이점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노조가 경영권 행사에 사사건건 개입하려 하거나 반대하는 것 한 가지였다”며 “경영자 입장에선 ‘무노조 경영’ 한 가지만으로 신규투자 시에 국내가 아닌 해외공장을 선호할 이유가 충분한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신차개발을 해놓고 노조의 동의를 못 받아서 차량을 제때 투입하지 못하는 사례는 경영 측면에선 치명적이다”며 “인원조정 필요시에 전환배치의 유연성, 한 라인에서의 혼류생산에 대한 거부나 생산관리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들도 경영자 입장에서 해외공장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의 변화도 주문했다. 이 씨는 “현재와 같은 대립적 노사관계로는 회사의 미래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걱정된다”며 “성과를 나누는 것에 대해 노사 간 이해가 충돌할 수밖에 없지만, 생산성과 품질원가 면에서는 노조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변에서 ‘너그들 망해봐야 정신 차린다’고 서슴없이 말하는데, 이를 악담한다고 괘씸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빨리 정신 차리라는 충고로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퇴출이 기다리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씨는 “결코 노조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차라는 공동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고민 끝에 그동안 생각했던 내용을 블로그에 올렸다”며 “앞으로 회사 측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9년 현대차에 입사한 이 씨는 현대차 2대 노조위원장, 울산시의회 의원, 울산 북구청장 등을 역임했다.

울산 = 곽시열 기자 sykwak@munhwa.com
곽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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