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성호 5기가 동시에 발사됩니다. 목표는 공해상인 A지점.”
화면에 지도가 펼쳐졌고 산둥 반도 동쪽 150㎞ 지점이 붉은 점으로 명멸하고 있다. 자막에 카운트다운 숫자가 17에서 16으로 넘어갔다. 다시 김동일의 얼굴로 화면이 넘어갔다.
“천일성호 탄두에는 100㎏ 정도의 폭약만 실려 있습니다. 이것은 시험발사라는 것을 여러분께 보고합니다.”
김동일이 차분하게 말했을 때 숫자가 8에서 7로 넘어갔다. 7초 전이다. 전자대리점에 모여 있는 주인 내외와 2쌍의 손님은 숨죽이고 TV를 주시한다. 우연히 모인 3쌍의 남녀는 제각기 다른 사연, 다른 인생을 살았고 김동일과는 인연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일심(一心)이 돼 김동일을 응원하고 있다. 그때 화면이 미사일 발사 현장으로 바뀌면서 카운트다운 숫자가 3, 2, 1이 됐다. 미사일 5기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장관이다. 구름 같은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어 5기의 천일성호가 푸른 하늘로 솟았다. 천일성호는 김일성의 성만 바꿔 붙인 이름이다.
“와앗!”
대리점에서 함성이 울렸다. 남자 셋이 동시에 내뱉었다. 72세의 이응호, 58세의 김영태, 27세의 이성갑, 각기 세대가 달랐지만 똑같이 함성을 지르더니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물론 지금 상대는 김동일이다. 살은 뺐지만 옛날의 카리스마가 그대로 남아 있는 3대째 지도자를 향해 열렬히 박수를 친다. 그 시간, 일본 아베 총리가 관저에서 TV의 같은 장면을 보고 있다. 옆에는 아소 부총리, 스가 관방장관, 도쿠가와 총리실 부속 정보실장까지 셋이 둘러앉아 있다.
“과연.”
아소가 발사 장면을 보고 감탄했다.
“한국이 제대로 중심을 잡는구먼.”
“무슨 말입니까?”
아베가 눈썹을 모으고 물었다. 한국을 칭찬하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때 아소가 어깨를 펴고 말했다.
“일본은 1592년, 히데요시 공이 대륙원정을 결심하고 조선을 침공해 7년 동안 조선 땅을 유린한 적이 있소.”
“…….”
“그때 조선 왕은 즉시 도망을 쳐서 명과의 국경인 의주에서 명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지요.”
아소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그때 명 황제가 뭐라고 한 줄 아시오? 100명만 넘어와라. 더 넘어오면 일본이 너희들을 따라올 테니까 딱 100명만이다.”
“…….”
“그래서 넘어가지 못했지요. 그때 조선 왕은 왕비 8명에 자식이 14남 11녀나 돼서 그들만 해도 30명이 넘었거든요.”
입맛을 다신 아소가 말을 이었다.
“다른 나라 같았으면 전쟁이 끝나고 왕조가 바뀌고도 남았는데 그 왕조가 300년이나 더 계속되다가 결국 우리한테 망했단 말입니다.”
아소가 다시 웃었다.
“그래서 나는 북한의 3대 정권이 80년 동안 유지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때 TV 화면에서 하늘로 솟아오르는 천일성호 5기를 비추고 있다. 위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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