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그린스쿨 교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노동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노동시간 단축은 줄어든 시간만큼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편,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정책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한국 노동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69시간으로, OECD 평균 1763시간보다 무려 300여 시간이 더 많다. 회원국 중 멕시코(2265시간) 다음으로 가장 긴 시간을 일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으나, 아직 의원들 간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핵심 내용은 연장 근로 12시간을 포함해 68시간까지로 돼 있는 최대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주장하듯이 이 정책만 놓고 보면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 실업자가 감소할 것이고, 동시에 국민의 삶의 질도 개선되는 매우 이상적인 정책이다. 그런데도 지난 정부와 현 국회에서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시행되기 위한 선행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노동시간 단축은 사회적 양극화를 악화시킬 수 있다. 기업들은 통상임금 문제와 함께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경영비용 인상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당장 우리 학교에서 부작용이 나타난다. 직원들에 대한 연장근로 시간에 대해 수당을 주던 것을 그 시간만큼 대체휴가를 주라는 것이다. 그리고 연장근로를 하려면 사전에 학교 본부의 허가를 받으라는 매우 비상식적인 대책을 내리고 있다. 그렇게 되면 연장근로를 통해 임금 보전을 하던 계약직 직원들의 임금은 줄어들게 된다.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에서 휴가를 가게 되면 이들의 삶의 질은 개선될 수 있을까?

다른 저임금 생산직 노동자들은 몇 시간을 더 일해서라도 소득을 더 올리려고 한다. 그럼에도 법적으로 노동시간을 제한하면 임금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들은 과연 자신의 삶의 질이 개선된다고 생각할까. 오히려 부유층 자녀나 고임금 근로자들이 노동시간 단축을 더 반기지 않겠는가.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임금도 줄어들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받아들여야 한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는 노동시간이 단축되더라도 임금 감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본임금에 각종 수당으로 돼 있는 복잡한 임금 지급 방식도 선진국처럼 단순화돼야 한다. 이를 통해 최근 논쟁이 일고 있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산출 방식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연공서열식 임금 지급 방식을 실적 위주 지급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과 높은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실적에 부합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실적에 상관없이 같은 임금을 지급한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는가.

자신의 이상적인 생각을 가지고 사회를 실험하려고 하면 안 된다. 피해자는 정치인이 아닌 국민이다. 특히, 저소득층이다. 지난 정부 때 도입한 근로자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중 현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폐지하려고 한다. 이것이 과연 일자리를 창출하고 삶의 질을 높여 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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