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개와 인간의 마음 / 대니얼 웨그너·커트 그레이 지음, 최호영 옮김 / 추수밭
아기와 로봇이 절벽에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상상해 보자. 어느 쪽을 먼저 구하겠는가. 사람들은 십중팔구 아기를 구할 것이다. 이런 선택의 이유는 우리가 아기에게는 ‘마음’(mind)이 있다고 생각하고, 로봇에게는 그것이 없어 단지 물건(thing)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음은 굉장한 ‘특권’인 것이다. 예컨대 우리가 홍당무를 자를 때 그것에 마음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소고기를 먹을 때도 그다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 마음이 있고 없고는 생존과 파괴를 가를 만큼 중대한 문제인 셈이다.
이 책은 마음의 정체를 밝히려 시도한다.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더 생각이 나는 ‘흰곰 효과’를 고안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는 이 책을 준비하던 중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그는 제자 커트 그레이에게 책의 완성을 부탁했고, ‘마인드 클럽’(The Mind Club)이란 원제목으로 책이 나오게 됐다. ‘마인드 클럽’은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존재들이 모인 특권적인 공간으로 저자들이 상정한 것이다. 즉 그 회원은 마음이 있어야 가입할 수 있다. 아니면 단순한 물건이다. 책은 동물, 기계, 혼수상태에 빠진 사람, 집단은 물론 죽은 사람과 신까지 마인드 클럽의 회원 자격이 있는지 살피며 도대체 마음이 무엇인지 파고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자들은 마음이 ‘존재’의 문제가 아니라 ‘지각’(perception)의 문제이며 거기서 인간의 도덕, 선과 악을 가르는 문제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마음이 ‘지각’의 문제라는 것은 마음이 지각될 때 비로소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1945년 스코틀랜드 남성 데니스 닐슨은 장기간에 걸쳐 차례로 15명을 집으로 유인해 무자비하게 살해한 뒤 체포됐을 때, 자신이 키우던 반려견이 충격을 받지 않을까를 먼저 걱정했다. 마음은 마음을 바라보는 자의 눈 안에 있는 셈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마음 설문조사’가 있다. 2499명을 상대로 한 조사는 응답자에게 아기, 로봇, 개, 식물인간, 신, 성인 남녀 등 ‘13가지 마음 후보’를 소개한 뒤, 어느 후보가 고통을 잘 느낄 것 같은지 등의 여러 질문을 통해 각 후보들이 지닌 정신능력을 비교해 볼 것을 요청했다. 응답자들은 근본적으로 다른 두 가지 요인의 관점에서 마음을 바라보았는데, 저자들은 이 둘에 각각 ‘경험’(experience)과 ‘행위’(agency)라는 명칭을 붙였다. 경험에 의한 마음은 배고픔, 공포, 쾌락, 분노 등 감각하고 느끼는, 알기 어려운 내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 반면 행위는 자기통제, 도덕성, 기억, 소통, 사고 등 생각하고 행동하는, 비교적 파악이 쉬운 외적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려진 게 ‘마음 지각의 지도’(그림)다.
또 하나, 상상을 해보자. 아기와 로봇이 실탄이 장전된 총을 가지고 장난을 치다 주변 사람이 크게 다쳤다.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는가? 대다수는 아마도 아기를 용서하고 로봇은 고물처리장으로 보낼 것이다. 여기에 우리는 두 가지 상이한 종류의 도덕적 지위가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마음 지도’에서 보면, 로봇보다 경험 능력이 더 뛰어난 아기는 그만큼 더 많은 도덕적 권리를 누린다. 아기는 ‘상처받기 쉬운 감수자’다. 반면에 아기보다 행위능력이 더 뛰어난 로봇은 그만큼 더 많은 도덕적 책임을 떠안는, ‘사고하는 행위자’다. 이처럼 두 종류의 지각된 마음은 각각 고유한 유형의 도덕성을 지니며, 상호보완적인 대립관계를 형성한다. 가령 어린아기가 비명을 지르거나 강아지가 깨갱거리면 우리는 가여운 마음이 들지만, 어른이 아이나 강아지를 괴롭히면 우리는 분노하여 피가 끓는다.
저자들은 마음 지각의 관점에서 볼 때, 선과 악은 인간과 따로 존재하는 신비한 힘이 아니라 행위자와 수동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출현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인간이 필요로 할 때는 기계에도 마음을 부여하면서, 싫어하는 사람에 대해선 인간적 속성을 부정하며 파괴할 수 있는 물체로 만들어 버린다든지 등의 모순된 마음의 세계를 설명한다. 448쪽, 1만85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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