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일본에서 길을 찾다 / 김웅철 지음 / 페이퍼로드

지난해 한국이 또 하나의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인 ‘고령사회’에서 14% 이상인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속도가 어느 나라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기간이 24년, 미국 73년, 프랑스는 113년이었지만 한국은 1999년에서 2017년으로 딱 18년이 걸렸다. 지금 속도라면 한국은 9년 후인 2026년에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 노인 문제는 이제 정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지만 다행히 우리 바로 옆에는 일본이라는 좋은 참고서가 있다.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맞은 일본에서 우리는 앞으로 닥칠 신풍경과 야기될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 미래 먹거리까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일본에는 고령자 폭증으로 야기되는 여러 문제를 지역사회가 풀어내고 있는 좋은 사례들이 있다. 일본 지바(千葉)현 가시와(柏)시 도요시키다이(豊四季台) 단지에서 2009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고령자 맞춤형 마을’ 실험이 그것. 주치의·부주치의 제도를 만들어 시내 병원들이 순환 근무하며 24시간 방문 진료와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의사회는 ‘지역의료연계센터’를 세워 긴급 의료 상황 등을 지원한다.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요양시설 내 두 명이 하던 일을 고령자 여섯 명이 한 팀이 돼 맡도록 하는 식의 ‘워크셰어링’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고령화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장이기도 하다. 고령연금 수령일이 되면 남녀노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일본의 러브호텔과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온천 여행을 도와주는 전문 여행 도우미의 등장이 그 예다. 그뿐만 아니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의 고독사가 늘자 ‘고독사 보험’이 생기고 보안경비회사는 출장 직원이 전구를 갈아주는 등의 고령자 가사대행 서비스까지 해준다. 비즈니스의 주요 타깃이 중·장년층에서 고령 세대로 옮겨가는 이른바 ‘시니어 시프트’ 현상이다.

일본에서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사람들은 이른바 ‘단카이(團塊) 세대’로 불리는 1947∼1949년생 베이비부머 세대다. 한국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1955∼1963년생들임을 고려하면 단카이 세대의 모습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단카이 세대는 생계가 아니라 활력의 유지를 위해 평생 일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취미활동도 적극적으로 즐긴다. 손자와 어학연수를 가고 디스코텍에서 ‘늙음’을 발산하며 마지막 가는 길도 스스로 준비한다. 이들의 투자·소비 활동이 앞으로의 트렌드를 견인할 날은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도 머지않았다. 286쪽, 1만6800원.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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