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 / 노석미 글·그림 / 사계절

이 말만큼 우리에게 힘을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좋아해’를 두고 하는 얘기다.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간다. 그 사람이 가족이든, 친구든, 배우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없던 기운도 솟아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도 훌쩍 지나간다. 누군가가 나를 좋아해 주는 건 어떨까.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내가 강아지를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강아지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강아지들은 이 지상에서 ‘좋아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생명체일 지도 모르겠다. 무엇이 되었든 나와 내 곁에 ‘좋아해’가 많아진다면 내일은 오늘보다 한결 더 살만할 것이다.

노석미 작가의 그림책 ‘좋아해’는 어른이든 아이든 일상에 지친 사람에게 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첫 장을 펼치면 마룻바닥에 잠든 주인공의 손이 펼쳐진 책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곁에서 잠든 고양이의 앞발은 주인공의 왼쪽 어깨 위에 있다. 주인공은 책을 좋아하고 고양이는 주인공을 좋아한다. 재미있는 것은 책장에 꼬리가 눌려서 도망가지 못하고 있는 생쥐 한 마리와 까치발을 해도 창틀 높이에 모자라서 곤히 잠든 주인공을 깨우지 못하는 동네 친구의 모습이다. 친구는 친구를, 고양이는 생쥐를 좋아할 것이므로 이 한 장면에만 적어도 네 가지 ‘좋아해’가 있는 셈이다.

노석미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좋아해’라는 글귀만을 가지고 그림책을 완성했다. 환대의 에너지가 책 안에 가득하다. 거침없고 시원시원한 그림은 노 작가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채도 높은 그림은 ‘좋아해’라는 낱말과 잘 어울린다. 주인공은 지렁이를, 흰둥이 강아지와 함께 달리기를, 친구 머리 위의 생쥐를, 황소가 여물을 먹는 순간을 좋아한다. 책장을 넘길수록 ‘좋아해’의 주체와 대상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흰둥이가 나를 좋아해도 좋고 내가 아니라 달리기를 좋아해도 좋다. 한편 좋아한다고 해서 하면 절대 안 되는 일도 있다. 나는 보라나비를 좋아해서 잡고 싶지만 보라나비는 이런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것이 허락되는 ‘좋아해’가 있다. 그것은 친구다.

어린이가 ‘미워해’를 먼저 학습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스러운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이 그림책을 통해서 ‘좋아해’의 힘을 알려주면 좋겠다. 우리에게는 아주 많은 ‘좋아해’가 필요하다.

김지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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