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보지 못한 책을 읽는 것은 좋은 벗을 얻는 것과 같고, 이미 읽은 책을 보는 것은 옛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
명나라 말기의 문인이자 서예와 그림에도 뛰어났던 진계유(陳繼儒)의 말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으며 후학들을 위해 역대 명사들의 독서법을 잘 정리해 ‘독서십육관(讀書十六觀)’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중국에는 역대로 독서에 관한 명구가 참으로 많다. 두보(杜甫)는 남자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고, 과거제를 확립한 북송의 진종(眞宗)은 책 속에 곡식이 가득 있고 황금의 집이 있으며 옥 같은 얼굴의 미녀가 있다고 했고, 남송의 시인 우무(尤 )는 독서에 대해 배고플 때는 고기로 삼고 추울 때는 털옷으로 삼고 외로울 때는 친구로 삼고 울적할 때는 악기로 삼는다고 했다. 이런 말들도 참 멋있지만, 진계유의 평범한 말이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근래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이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독서 시간이 많이 줄었다. 이들은 눈과 귀를 끄는 여러 가지 재미로 우리를 유혹할 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실용적이고 유익한 정보도 제공해주면서 끊임없이 자기를 봐달라고 조른다. 그러나 그 재미는 표피적이고 정보는 단편적이어서 속 깊은 친구가 되기는 어렵다. 책은 담담해서 처음에는 사귀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지만 일단 사귀어보면 훨씬 깊이 있는 재미와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며, 인간과 삶에 대한 심원한 통찰을 가져다주는 듬직한 친구가 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깊어가는 가을밤에 소중한 친구와 천금 같은 만남의 시간을 가져보자. 그 친구들은 당신의 삶에 품위와 격조를 더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