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회화 90여명 작품 선보여
“제 자신이 청초하고 순수하며 영롱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양귀비꽃과 이슬방울 그림에 매달리게 됐습니다.”
우리 화단의 여성 중견 화가인 이영수 작가가 서울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4일 개막한 ‘2017 제13회 한국구상대제전’에 무려 300호(324.4×260.0㎝)짜리 대작 ‘양귀비 정원(Poppy garden)’을 출품해 주목을 받고 있다.
작품 앞에 서면 유화에 의해 초대형 화폭에 표현된, 화려한 색감의 그림 속으로 마치 최면이라도 걸린 듯 빠져들 것만 같다. 작업실 규모와 작품 이동을 고려해 작가는 캔버스 2개에 나눠 그린 후 합쳐서 300호 대작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구상대제전에 작가는 모두 10점의 양귀비꽃 그림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강렬한 붉은 빛에 의해 몽환적이면서도 열정적인 자태로 캔버스 위에 피어 있는 양귀비꽃은 언뜻 19세기 오스카 와일드나 보들레르로부터 태동했던 탐미주의를 떠오르게도 한다. 관능적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작가의 양귀비꽃 그림들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잠시나마 잊고 도원경의 세계에 접어들게 한다.
이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한가람미술관 부스에는 양귀비꽃 그림 작품 외에 극사실주의 풍으로 그려진 이슬방울 그림 2점도 함께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푸른 잎 위에 투명하면서도 영롱하게 반짝이는 물방울은 마치 카메라의 접사렌즈를 이용해 촬영한 영상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빛에 대한 과학적 이해와 미적 감성이 빚어낸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이 ‘수행의 도구’로서 강한 추상성을 내포하고 있다면 이영수 작가의 물방울은 자연의 청초한 아름다움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그림 속 이슬방울을 곰곰이 살펴보면 그 방울 표면 위에 정교한 붓 터치로 나무나 산 등 자연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의 극사실주의가 현실을 단지 흉내 내는 것만이 아니라 카메라의 눈을 능가해 ‘현실 너머의 현실’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작가의 그림은 21세기 극사실주의와 닮아 있기도 하다.
그는 서울과 파리를 비롯, 국내외에서 22회에 이르는 개인전을 갖는 동안 줄기차게 풀잎과 꽃잎에 구슬처럼 맺혀 있는 이슬이나 빛무리에 둘러싸인 붉은색의 양귀비꽃 등을 그려왔다. 작가는 전시를 앞두고 “전시장을 찾은 분들이 양귀비꽃과 풀잎 위 이슬방울 그림을 보면서 잠시나마라도 힐링하는 기분을 맛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29일까지 계속되는 구상대제전에는 이 작가 외에 한국 구상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90여 명의 작품 1200여 점이 선보인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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