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물인가? 기괴한 제목만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일본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사진)는 아련한 사랑의 기억과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따뜻한 감성 멜로물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 영화의 연출자 쓰키카와 쇼 감독은 “약간 무서운 제목이지만 사실은 감동적인 영화다”라며 줄거리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녀 고등학생이 주인공이다. 소년은 아무하고도 관계를 맺지 않고 싶어 한다. 그 소년은 어느 날 우연히 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녀의 비밀을 알게 된다. 비밀은 소녀가 췌장의 병이 있어 여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년은 소녀의 비밀을 알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소녀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해주는 역할을 맡게 된다. 그러면서 소년은 남과 관계를 맺고 사는 삶의 기쁨을 알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함께할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이 영화의 원작인 스미노 요류 작가의 동명 소설은 250만 부가 팔린 후 만화로도 만들어졌다. 원작은 소년과 소녀의 고교 시절만을 담았지만 영화는 12년 후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며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킨다. 이에 대해 쓰키카와 감독은 “전후 관계를 상상하게 해 영화에서만의 감동을 전하려 했다”며 “누군가를 잃은 사람들의 상실감을 보여주며 남은 사람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 소녀 사쿠라 역의 하마베 미나미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의 남은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내려 하는 캐릭터를 밝은 톤으로 풀어내며 극의 감동을 더한다. 쓰키카와 감독과 함께 부산을 찾은 하마베는 “사쿠라가 소년과 관계를 이끌어가기 위해 밝은 모습을 표현해야 했는데, 이때 진심에서 우러나는 미소를 보여주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영화를 찍기 전에는 1년이 빠르게 간다고 느꼈는데 사쿠라를 연기한 후 계절이 변하는 것을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느끼게 됐다”며 “지금은 일주일이 지나는 게 매우 아쉽다”고 덧붙였다.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한 톤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에는 ‘러브레터’ 등 몇몇 유명 일본 영화가 떠오르는 장면이 담겨 있다. 그런 영화들과 비교하면 조금 밋밋하게 다가온다. 통통 튀는 캐릭터의 맛이 10∼20대 관객과 30∼40대, 50대 이후 등 관객의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듯하다.
일본에서 흥행 성공을 거뒀고, 부산영화제에서도 매진 기록을 세운 이 영화는 25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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